천경자 동양화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동양화가 천경자 여사가 4년만에 작품전을 연다.(21∼30일 현대화랑). 그는 70년과 74년에 각각 남태평양과 「아프리카」 여행의 가벼운 「스케치」전을 보여준바 있으나 본격적인 작품발표 전은 73년에 가졌었다.
그만큼 천 여사의 근래작품들은 매우 힘들이고 공들여 제작되고 있다.
다른 동양화가에 비할데 없이 과작이다. 이번엔 36점을 출품하지만 『내놓기 아까운 분신』 이어서 그 3분의 1은 아예 비매품으로 간수하리라는 소식이다.
뱀과 꽃, 그리고 여인 등을 소재로 하여 자전적 요소가 짙은 작품들을 보이고 있는 천 여사는 『내 슬픈 생애의 22페이지』로 근작의 심경을 집약하는 것 같다. 곧 자신의 생애를 환상적으로 전설화하고 있는 점이 그것이다.
60년대 후반에서 70년대 초에 걸치는 화폭이 보여주던 따스함과 너울거림이 최근의 작품에선 찾아 볼 수 없다. 한결 싸늘하고 무거운 침묵에 잠겨있으며 선명하고 짙은 색감이 침착한 느낌을 준다. 근년엔 홍대도 그만둔 천 여사는 금년에 예술원 회원이 되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