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권에 태극기를 꽂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본사와 대한 산악 연맹이 공동 주관하는 한국 극지 탐험대가 8일 목표 지점인 북위 80도2분의 북극권에 도달했다.
목표 지점에 발을 디딘 4명의 대원들은 망망한 빙원 한복판에 태극기를 비롯하여, 탐험대 기·대한 산악 연맹 기·본사 기 등 선명한 7개의 깃발을 꽂고 감격의 만세 3창을 했다고 타전해 왔다. 이로써 내년 말에 결행될 남극점 도전과 3차년도인 80년 남극 대륙에 기지 설치 등 본격적인 극지 탐험의 제일보는 성공을 거둔 셈이다.
극지가 이미 전인미답의 처녀지는 아니지만, 극지에의 도전은 아직도 몇몇 나라에 국한된 형편이다.
최근의 일본 탐험가 식촌씨의 단독 북극점 통과의 장거에는 이르지 못하겠으나, 우리의 이번 북극권 내한 훈련의 성공은 우리도 이러한 탐험 선진 대열에 발돋움하기 시작했다는 제1보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북쪽이 공산 국가들로 차단되었을 뿐더러 극지와 멀리 떨어져 있는 우리 나라로서는 극지에 도전해야할 지리적 불가피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극지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면 그것은 축적된 국력과 기술, 그리고 불굴의 기상에 대한 자신과 미지에 대한 불타는 탐험 의욕의 증거이기도 하다.
더구나 오늘날에와서 남북극은 단순한 탐험 이상으로 자원과 전략의 차원에서 크게 주목되고 있다.
북극은 석유·「가스」·철 등의 광물 자원이 개발 단계에 있으며, 북빙양은 군사 기지와 핵 잠수함의 통로로 이용되고 있다.
남극 대륙에도 미·소·일 등 12개국에 의해 연구 및 탐사를 위한 기지가 설치되어 있다.
내년 말에 결행될 남극점 도전에 성공하면 우리도 당당한 탐험 선진국으로서 남극 조약에의 가입과 기지 설치를 위한 하나의 뒷받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북극권의 성공적인 탐험은 내년의 남극점 도전을 위한 준비로서,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의의를 지닌 쾌거였다.
이번 탐험에서는 혹한·바람·빙하 등 극지의 자연 조건과 각종 탐험 장비·식량 등에 대한 훈련과 경험을 쌓았다.
현재 북극권의 기온은 영하 23∼25도로 「카낙」「베이스·캠프」에서 목표 지점까지 12일이 걸렸다니 왕복 24일의 극지 행군을 감행하게 되는 셈이다.
그에 비해 남극은 기온도 영하 30도 이하, 기지에서 극점까지의 왕복 시간도 석달 이상이 걸리는 등 훨씬 더 극한 상황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번에는 극지 행군에 개 썰매가 주력 장비였지만 남극 탐험에선 설상차와 개 썰매를 모두 활용하는 상황을 정밀히 검토해야할 계제에 있다.
그런 의미에서 북극권 탐험에서 쌓은 훈련과 경험은 남극점 탐험에서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데 귀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또 목표 지점 도달을 신속하게 전해준 「햄」 (아마추어 무선)의 성공적인 활용은 우리의 극지 탐험 활동을 전세계에 홍보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원래 본국과의 교신보다도 대외 홍보를 더 겨냥한 것이기도 하지만, 외국의 「햄」무선사가 본국과 중계까지 해줄 정도로 외국의 「햄」을 통해 한국의 성공적인 극지 탐험 소식이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졌다는 것이다.
극지 탐험대의 1차적 성공을 축하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우리의 극지 탐험이 소기의 결실을 거두도록 대원들의 가일층의 건투와 국민들의 성원을 기대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