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54명 남았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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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배춘희(91) 할머니가 8일 별세했다. 경기도 광주시에 있는 위안부 피해자 쉼터인 ‘나눔의 집’ 측은 이날 “오전 5시 배 할머니가 노환으로 운명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37명 중 생존자는 이제 54명(국내 49명, 해외 5명)이 남게 됐다.

 지난해 황금주(92), 이용녀(87), 최선순(87) 할머니가 돌아가신 데 이어 올해 1월 황금자 할머니도 9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생존한 피해자들 대부분이 80, 90대 고령자다.

 하지만 일본 위안부 피해 문제를 협의 중인 한·일 국장급 협의는 아직 제자리걸음이다. 지난 4월 16일 처음으로 위안부 문제를 집중 협의하는 양국 외교 국장급 협의가 개최됐지만 양국은 원론적 입장 차만 확인했다. 우리 측은 일본의 법적 책임과 함께 할머니들이 납득할 수 있는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했지만, 일본 측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의를 근거로 법적 책임을 부정하는 대신 인도적 지원 의사만 밝혔다.

지난 5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2차 협의도 지지부진하긴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은 위안부 동원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河野)담화에 대해 검증팀을 꾸려 6월 22일까지 열리는 정기 국회 중에 검증 결과를 공표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6월 중 세 번째 한·일 국장급 위안부협의를 서울에서 열 방침이다.

 나눔의 집 안신권 소장은 “하루속히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가 이뤄져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평생의 한을 풀고 마음 편히 여생을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 있는 위안부 소녀상.

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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