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물가대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연례적인 추석 물가대책이 발표되었다. 추석은 설과 함께 물가상승의 한 고비가 되어왔다.
때문에 해마다 정부는 설·추석을 앞두고 물가 특별대책을 펴왔다.
특별대책이 없었더라면 더 올랐을지 모르나 추석 때만 되면 모든 물가가 한번 껑충 뛰는 것은 연례적인 현상이다. 금년의 물가대책은 농수산물의 공급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쌀·콩·찹쌀 등을 집중방출하고 설탕·고무신 등 추석 때 많이 찾는 품목의 출하를 늘린다는 것이다.
금년 물가상승을 식료품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식료품 가격의 안정 노력은 타당한 방향이라 할 수 있다.
금년 상반기 중 식료품 이외의 품목이 8·7% 오른데 비해 식료품은 12·0%나 올랐다.
특히 추석엔 식료품값이 많이 오른다. 이번 추석엔 빈틈없는 농수산물 물량공급계획을 짜놓았다 하므로 이에 큰 기대를 거는 바다. 다만 농수산물은 절대물량의 확보만으로 가격안정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규격품이 아니고 선도유지가 어려우므로 유통·배급·소매과정에서 조금만 차질이 나도 심한 가격파동이 난다.
아무리 충분한 물량이 나왔다 해도 이것이 소비자의 식탁에까지 오르는 과정에선 여러 문제와 체증이 생길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할 것이다.
정부에서 싼값으로 내는 농수산물을 일반가정에서 쉽게 사 먹을 수 있는 유통「채널」의 확대·정비가 필요한 것이다.
농수산물은 공산품과 달라서 일시에 공급량을 늘릴 수도 없고 보관·수송도 어렵다.
최근 공급을 늘리기 위한 응급책으로서 수입량을 확대하고 있으나 우리 형편으로 이런 수입을 계속 늘려야할 지에 대해선 한번 생각하는 바가 있어야할 것이다.
마늘·참깨·고추·조기·전갱이까지 수입하여 수요에 대응하는 물가대책을 영속화시킬 수는 없지 않겠는가.
요즘은 워낙 급하기 때문에 이런 편법을 쓰고 있으나 이것이 항구책은 못됨을 알아야 한다.
사실 추석물가대책이 해마다 구호에 그친 것도 물가안정의 기반을 구축해가지 못하고 불안한 기조 속의 응급진정을 도모한데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평소부터 유통면에서 물가를 근원적으로 안정시킬 수 있는 기반을 닦아가야지 값이 오를 요인들은 잔뜩 조성해놓고 설·추석이라 하여 특별대책을 마련한다고 해서 물가가 안정되겠는가.
본래 물가정책엔 「특별」「비상」등이 통할 수 없는 것이다.
또 응급진화도 어렵다. 금년들어 국제수지가 다시 악화되고 있는 여건에서 수입개방이란 무기도 한계가 있다.
따라서 예년과 대동소이한 추석물가대책이 어느 정도 실효를 거둘지는 이제까지의 경험을 통해 대개 어림할 수 있다.
내년 추석물가대책을 지금부터 준비하고 기반을 닦는다는 자세와 인내심 없인 추석은 계속 물가가 뛰는 고비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