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습 소홀한 중장비 학원 폐기직전 고물기계만「전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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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해외취업과 국내건설「붐」을 타고「크레인」「불도저」등 각종 중장비기술을 익히려는 수강생들이 서울시내 중장비 기술학원에 크게 몰리고 있으나 폐기직전의 장비와 3부제 수업 등 겹치기 강습으로 기술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기술인력양성에 차질을 빚고있다. 더구나 이들 학원은 10년 이상 된 노후중장비마저 3, 4대밖에 갖추지 않아 수강생들이 실습 조교들에게 뒷거래로 돈을 주고 실기교육을 받기 일쑤이며 중장비실습을 제대로 시켜주지 않는다고 항의하는 수강생들에게 뭇매까지 때리는 사례도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수강생들이 공사장에 나가 1만원을 주고 노력봉사를 겸한 실습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또 일부 중장비 기술학원에서는 법정기준인 3가지 이상의 중장비를 실습용으로 갖춰놓고 성능이 좋은 것은 공사장으로 빼돌리고 낡은 한 두 대의 장비만 실습용으로 사용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서울 관악구 노량진동 D학원의 경우 3개 반(정원80명)을 오전·오후·야간반 등 3부제 수업으로 7백20명을 가르치고 있으나 장비는 대부분이 10여 년 이상 된 구형뿐이며 실습장은 비가 오면 무릎까지 빠지는 수렁으로 변해 실습이 어려운 지경이다.
더구나 실습시간은 3개월 과정에 6시간뿐인 데다 보유장비에 비해 수강생이 너무 많아 토·일요일에도 상오6시부터 하오10시까지 실습시간을 배정, 밤늦게 끝난 수강생들은 통금에 묶여 실습장에서 자고 가는 경우도 있다.
또 일부학원은 매일4시간씩(토요일2시간) 3개월 과정 수강료를 7만3천4백 원씩 받고있으나 2개월만에 교육과정을 끝내버리고 나머지 1개월은 복습이라는 명목으로 다음 차례 수강생들과 합반을 시켜 사실상 1개월 분 수강료를 가로채고 있는 셈이라고 수강생들은 말하고있다.
학원 측은 수강생들이 대부분 고교를 갓 졸업하여 연령이 어린 점을 악용, 항의해도 욕설이나 폭행까지 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H중장비학원 수강생 김모군(20·경기도 시흥군 서면)은 지난 6월말 학원 측에서 비가 온다고 실습교육을 취소한데 항의하다 실습주임 등이『건방지다』 면서 폭행, 뭇매를 맞았다.
또 일부 학원들은 실습교육을 중기사업소에 의뢰하기도 하는데 실습조교들이 공공연히 금품을 요구, 이를 거절하면 실기교육을 제대로 해주지 않아 수강생들은 마지못해 담배 값 조로 돈을 주기도 한다고 말하고있다.
그러나 수강생들은 실기면허시험에 합격하려면 최신장비를 다뤄보아야 하기 때문에 학원 측의 안내로 공사장을 찾아다니며 시간당 1만원씩 내고 노력봉사까지 하면서 기술을 익히고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내에는 7개 중장비 전문학원 및 26개 자동차학원 등에서 모두 7천5백여 명의 수강생들이「포크레인」「불도저」지게차「페이로더」등 중장비조종 및 정비기술 등을 익히고 있다. 【전휘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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