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선거 결과는 철저한 여야 합의 국가혁신 요구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6·4 지방선거 결과는 절묘한 균형, 황금 분할이라는 표현 말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정권 심판론을 주장한 새정치민주연합이나 정권 안정론을 호소한 새누리당 누구에게도 승리를 허용하지 않았다. 광역단체장 수에서 새정치연합이 9대 8로 새누리당을 한발 앞서긴 했지만 정치적 의미가 큰 수도권에선 1대 2로 오히려 뒤졌다. 기초자치단체장에서 새누리당이 117대 80으로 새정치연합을 앞섰지만 반대로 서울에선 4대 21로 대패했다. 이전에 치렀던 다섯 번의 지방선거는 여당이 한 번, 야당이 네 번 승리했다는 평가가 분명했다. 이번처럼 무승부 지방선거는 전례가 없다.

 정치권은 선거가 전하는 메시지를 제대로 읽어야 한다. 어느 일방에게 독주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에겐 기회를 한 번 더 주겠다는 뜻이면서 국정운영 스타일에서 일대 변화를 요구하는 경고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추는 공감과 배려의 부족을 드러냈다. 정부조직 개편과 관피아 개혁을 핵심으로 하는 국가개조 작업은 옳은 방향이었지만 일방적 선언 방식을 취했고 국회의 협조를 구하는 절차를 생략했다. 청와대는 선거 결과에 대해 “국민의 뜻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국가개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발표했는데 국가개조는 2인 3각처럼 야당의 협조가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새정치연합은 세월호 참사의 모든 책임이 박근혜 정부에 있는 듯 이른바 ‘세월호 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웠으나 기대했던 압도적 지지를 받지 못했다. 집권세력의 무능과 무책임이 여과 없이 드러난 이 이슈를 가지고도 민심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수도권에서 패배한 건 뼈아픈 일이다. 분노와 비난이 무성하고 대안과 협력은 보여주지 못하는 투쟁 일변도 야당에 대한 견제 때문일 것이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국민의 소중한 선택을 무겁고 겸허하게 받들겠다. 저희부터 먼저 변하고 혁신하겠다”고 했는데 이젠 야당도 집권세력과 함께 국정운영의 중요 책임자라는 인식이 절실하다.

 사실 세월호 참사는 여야, 국민의 마음속에 ‘안전의 가치’라는 시대정신을 새겼다. 박 대통령의 국가개조와 야당의 혁신은 이 시대정신을 구현하기 위한 것이다. 지방권력의 절묘한 분할은 여든 야든 상대의 협조 없이 어떤 중요한 정치적 목표도 달성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당장 박 대통령의 국가개조 작업은 국회에서 입법의 뒷받침이 있어야 하고 새정치연합의 세월호 진상규명은 집권세력의 흔쾌한 협력이 있어야 가능하지 않나. 국가혁신은 특정 정치세력의 전유물이 아니다. 여야가 단계마다 합의하면서 도달해야 할 과정의 정치이기도 하다. 갈등과 분열의 선거가 끝났으니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만나 국가혁신을 위한 협조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선거는 끝났다. 먼저 대통령이 자신을 반대한 사람의 애국심도 활용하겠다는 열린 마음을 보여야 분열이 끝나고, 국가개조도 성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