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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 관리, 선택 아닌 필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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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장동한
건국대 상경대학 교수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 교수는 현대사회를 ‘리스크 사회(Risk Society)’로 불렀다. 현대화 과정의 부산물로 당면하고 있는 많은 리스크들이 생겨났다는 게 요지다. 요즘 보면 대한민국이 대표적인 리스크 사회가 된 것 같다. 리스크는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새로운 리스크가 등장하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 사회가 발전할수록 불확실성은 점점 커지기 마련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나온 것이 ‘리스크 관리’(Risk Management)라는 개념이다.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리스크 관리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 이후 재무 리스크뿐 아니라 공적연금 개혁을 둘러싼 노령화 리스크, 미국발 금융위기와 관련된 신용 리스크, 북핵 위기에 대처하는 외교안보 리스크 등을 줄이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리스크 관리는 특정 집단의 특별한 기술이라는 생각이 팽배하다. 일반인에게 리스크 관리를 물어보면 ‘보험’ 말고 다른 예를 드는 경우가 드물다.

 이제 우리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함께 상상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확산시켜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 통합 리스크 관리는 이제 필수다. 직능단체별 또는 업종별 유관 협회에서 전문가들이 리스크 관리 상담과 컨설팅 업무를 하는 ‘리스크 관리 지원 센터’의 설립을 제안한다.

 국민들의 리스크 관리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국가 차원의 담당 부서 신설도 고려할 만하다. ‘국가 리스크 관리 책임자’가 수장을 맡아 지역별로 취합된 리스크를 분석하고 개선방안을 내놓는다. 리스크 관리 전문 인력을 육성하는 등 관련 산업의 발전을 위한 지원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교육을 통해 자연스레 리스크 관리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당장의 성과를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장기적으로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 될 것이다.

장동한 건국대 상경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