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라크 전쟁] "美, 무력시위로 戰意 꺾은 뒤 시가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미군이 바그다드 무력시위와 포위작전을 본격화하면서 미군의 다음 전략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군은 일단 바그다드 포위작전과 대(對)주민 심리전을 병행함으로써 사담 후세인 정권의 자체 붕괴를 유도해 보지만 이 같은 전술이 먹혀들지 않을 경우 결국 시가전을 통해 도시를 장악할 계획인 것으로 분석된다.

미군은 바그다드 주변에 느슨한 초병선(哨兵線)을 설치하고 도시를 몇개의 구획으로 나눠 이들을 하나씩 차례로 포위한 뒤 정규군과 민병대 등을 제거해 나가는 전술을 쓸 계획이라고 5일 외신들이 보도했다.

또 5백만명의 바그다드 주민을 대상으로 '사담 후세인 정권이 곧 패퇴할 것'이라는 내용의 전단을 뿌리고, 방송을 하는 등 심리전을 펼칠 계획이다.

미 국방부 관리들에 따르면 초병선은 바그다드를 탈출하려는 주민에게는 피란길을, 인도적 구호품 수송에는 진입로를 터주기 위해 설치된다.

심리전은 미군이 시내로 진입했을 때 이라크 주민이 이들을 지원하거나 최소한 저항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포위.심리전'이 기대한 효과를 내지 못할 경우 미군은 본격적인 시가전을 전개, 바그다드를 장악할 계획이다.

미군은 지금까지 시가전을 대비해 철저한 준비를 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군 중부사령부에 따르면 미군은 바그다드를 위성으로 촬영한 뒤 도시 전체의 모든 건물에 일일이 번호를 붙였다.

바그다드 시내의 특정 건물만 선별적으로 폭격하는 동시에 시가전에 대비한 포석이다. 이와 함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활용해 병사들이 미로 같은 시내에서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미국은 또 지난해 말 시가전 경험이 많은 이스라엘에 군사고문단을 파견, 지도를 받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지난해 미국에 시가전과 관련해 자문을 해준 이스라엘 군사전문가 마틴 반크레벨드 교수는 미 해병대가 특히 이스라엘군이 사용하는 장갑 불도저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 불도저는 자살테러 용의자의 집을 수색하거나 팔레스타인 난민촌의 좁은 도로를 넓혀 탱크 진입이 가능하도록 만드는데 사용된다. 미군은 이미 이 불도저를 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군이 관심을 갖는 또하나의 전술은 병력이 거리로 나오지 않고 건물과 건물 간을 이동하는 방법이다. 이스라엘군은 테러용의자 수색과정에서 저격에 의한 사상자가 많이 발생하자 벽에 구멍을 계속 뚫어가며 건물 내에서 이동하는 방법을 이용하고 있다.

최근 가자 지구에서 벌어진 이스라엘군의 작전에 등장한 소형 무인정찰기도 이용될 전망이다. 이스라엘군은 정찰기에 장착된 고성능 카메라를 통해 용의자들의 이동상황을 감시한다.

일부 군사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스라엘의 전술을 이라크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무리라고 지적하고 있다. 우선 효율적인 작전수행을 위해서는 많은 정보나 첩자들이 필요한데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에 대해 아는 만큼 미군은 바그다드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파리=이훈범 특파원, 서울=유철종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