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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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런던=장두성 특파원】007의『골드·핑거』라는 영화에서 사람을 파리 잡듯 하는 악역에 한국인이 등장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최근 영국에서 방영된『코작』이나『「샌프란시스코」거리』와 같은 미국「갱」영화에도 한국인이 살인광 또는 협잡꾼으로 등장하고 있다. 최소한 TV오락물에서는 한국인이 무지막지한 폭한으로「이미지」가 굳어져 가고 있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돈만 아는 유대인』『잔학한 독일인』과 같은 예에서 보듯이 타민족에 대한 국제적인 편견이란 원래 감정적「이미지」에서 움트게 마련이다.
더구나 우리의 모습을 우리 스스로가 손상시킨다면 그 영향은 어떨까. 외국인이 한국인을 악당으로 몰건 야만인으로 몰건 할말이 없게 된다.
최근「에이레」의 유력지「더·아이리시·타임스」가 4「페이지」에 걸쳐 낸 한국특집 기 사중 한국의「작가 겸 언론인」으로 소개된 H씨(재미)의 한국 소개 글은 너무 자학적이다.
그는 민주주의라든가 그것의 전제가 되는 자유의 개념이 체질적으로나 역사적 경험으로 보아 한국민족에게는 적합하지 않다고 자조적으로 분석했다.
그가 열거한 한국민족의 비민주적 요소는 ①파쟁을 좋아하는 특성 ②타협을 거부하는 뿌리 깊은 성향 ③한글의 존칭어의 복잡성처럼 평등주의적이라기보다 권위주의적인 한국문화 ④자유라는 개념이 전통적 윤리관 속에 없다는 등이다.
그는『한국의 역사는 민족의 파쟁 성의 산 증거』라고 일제의 대한 관까지 들먹여 우리 나라를 매도했다.
이 글을 외국인 독자가 보고 오래 전『한국의 민주주의는 쓰레기통속의 장미꽃』이라고 했던 외국기자의 편견을 정세로 받아들인다 해도 우리는 아무 할말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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