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참에 왕정 폐지" 스페인 2만 명 시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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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안 카를로스 국왕의 퇴위 소식이 전해지며 2일 스페인 마드리드 중심가인 푸에르타 델 솔 광장에서 시위대 2만여 명이 스페인 제2 공화국 깃발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마드리드 AP=뉴시스]

“제3 공화국을 위하여”. 후안 카를로스 스페인 국왕이 퇴위를 발표한 2일(현지시간) 스페인 주요 도시엔 이렇게 쓴 플래카드가 물결쳤다. 스페인 역사에서 제1 공화국(1873년 2월~1874년 12월)과 제2 공화국(1931년 4월~1939년 4월)은 실패로 끝났지만, 제3 공화국을 세울 기회가 왔다는 뜻이다. 국왕은 이날 연설에서 “새로운 세대가 주역으로 등장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새로운 세대는 펠리페(46) 왕세자였겠지만 궁 밖 새 세대는 “신민이 아닌 시민으로 살 준비가 됐다”고 응답했다.

 일간지 엘파이스에 따르면 이날 수도 마드리드 푸에르타 델 솔 광장엔 2만 명이 모여 축제 분위기의 시위를 이어갔다. 발렌시아 시위에선 제2 공화국 깃발로 장식된 단두대까지 등장했다.

 19세기 태동한 스페인 공화주의는 다양한 정치 진영에서 지지를 받고 있다. 좌파연합(IU), 포데모스 등 좌파 진영은 물론 자유주의 진영, 극우 진영에서도 공화주의자들이 골고루 분포돼 있다.

 물론 수년 내 스페인 왕실이 폐지될 가능성은 적다. 집권 여당(PP)과 제1 야당(PSOE)은 왕실과 현 정치체제를 지지하고 있다. 이번 퇴위 결정은 경제위기 당시 호화여행 논란, 크리스티나 공주(49)와 사위의 비리 혐의 등으로 훼손된 왕실의 권위를 바로 세우기 위한 포석이다. 펠리페 6세로 왕위에 오를 왕세자가 상처 입은 왕정을 얼마나 수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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