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를 잡아라|31차 FIEJ총회의 토의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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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세계신문발행인연맹 (F1EJ)총회에서 「신문의 신뢰성」과 관련해서 진지하게 토의된 또 하나의 주제는 변화하는 세계속에서 신문독자를 어떻게 유지하고 또 확대해 나가느냐는 문제였다.
독자의 증감현장은 단순한 경영장의 문제를 초월해서 언론의 자유 및 시민의 자유의 문제와 연결시켜 토의되었다.
즉 신문을 읽는 독자의 수는 신문에 대한 일종의 신임투표와 같은 것이기 때문에 신문이 해당 지역 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못할때 독자가 줄게되고 영향력을 잃어 정부의 간섭을 받게되고 궁극적으로는 시민의 자유가 제약 당하는 사태도 올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영국대표 「에드워드·피커링).
신문독자의 감소현장은 「TV세대」로 일컬어지는 젊은층에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그 이유로 정부는 물론 대학·종교단체·사회단체·노동조합등 전통적으로 사회의 움직임을 대변하고 이끌어온 조직들이 국민들의 신임을 잃고 있는 것 같은 오늘날의 일반적 현장의 일환으로 신문에 대한 신임이나 의존도가 줄어가고 있기때문 (일본대표)이라는 이념적 요인이 지적되었다.
또 문자를 기피하고 시청각 「미디어」에의 대량의존으로 생겨나고 있는 「새로운 형태의 문명」 때문이라는 현실적 요인(「핀란드」대표)이 지적되기도 했다. 이 문제는 신문자체의 기능이란 측면에서 검토되었다.
월남전을 계기로 신문이 갖는 기능에는 기본적 변화가 왔다.
「닉슨」의 사임으로 절정을 이룬 이러한 변화는 세계 모든 곳에서 자행되는 부정부패와 불의를 여론앞에 드러내게 했고 이러한 불의를 알게됨으로써 형성된 여론은 역으로 그와같온 불의에 대한 결단을 내리는데 공헌해왔다.
결과적으로 국민들은 공식발표를 불신하고 신문의 객관적인 보도에 더욱 의존하게 됐다.따라서 신문의 중요성은 과거보다 더욱 커졌다 (「맥브라이드」 「유엔」 교욱과학문학기구 언론문제연구위원장).
변화하는 시대에 신문이 어떻게 적응해나가야 되느냐는 절박한 문제에 대해 이번 회의에 참가한 대표들은 대개 그 원인을 분석하는데는 열심이었지만 시원스런 처방을 내리지는 못했다. 그만큼 이 문제는 국부적인 증상의 단면인 것 같다.
결국 젊은 세대가 신문을 읽는 습관을 갖게되도록 세계의 신문인들이 공동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는 일반론을 강조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번 회의에서 가장 흥미로 왔던 발표중의 하나는 「언론의 자유」를 정치인이나 신문이 아닌 제3자의 입장에서 이야기한 영국의 「맥그래고르」 교수의 「신문의 기능」이란 제목의 연설이었다. 그는 『정치인과 신문의 관계는 과거부터 악화돼왔고 앞으로도 더욱 악화돼야 한다』는 말로 서두를 잡고 정부와 신문이 본질적으로 상충되는 기능을 갖고 있는 이상「언론의 자유」라는 보다 높은 차원의 명재를 지키기 위해 양자는 서로가 자제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발행인·편집자·기자·정치인·변호사·일반 국민들이 저마다 「언론의 자유」를 주장했지만 각자가 강조하는 「언론의 자유」의 측면은 모두 다른 것이기 때문에 그 사이에서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야한다고 주장했다.
77년 영국정부의 위촉을 받아 신문일반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한바있는 그는 오늘날 민주사회가 감내해야 되는 「2개의 현실적요인」으로서 ①「입으로는 언론자유를 외치면서도 기회만 있으면 언론에 족쇄를 채우려드는 정치인들」과 ②「자유의 댓가」로 사회는 언론의 일부 무책임하고 때로 충격적인 행동을 감내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그는 지난해 보고서를 작성할때 정부에 대한 신문의 의존도를 높이게 하는 재정적 특혜나 일부 기자들의 잘못된 행동을 규제하는 조치를 제도화하는데 반대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국방성 기밀문서 누설사건의 재단을 담당한 「거핀」 판사의 판결문을 인용, 『권력을 잡은 자는 국민의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라는 보다 차원 높은 명제를 보호하기 위해 트집잡기 좋아하고 고집불통인 신문을 감내해야 한다』고 말해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헤이그=장두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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