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특수의 흡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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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현 경제추세가 계속되면 금년 실질 성장률은 15%선에 달할 전망이라 한다. 때문에 정부는 종합안정대책을 강화, 성장률을 12%선으로 누를 계획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년 초 정부당국이 책정한 금년 목표 성장률은 10%선이므로 우리경제는 너무도 급격히 과열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예상 성장률이 당초목표보다 훨씬 높다는 것은 계획의 초과달성이라는 긍정적인 면도 있으나 이로 인한 부작용도 또한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가 안정기조의 파괴다.
국내과열경기로 인한 전반적 수급차질은 물량과 인력 양면에서 벌써 심각한 사태를 야기 시키고 있다.
최근의 경기과열은 중동특수라는 일종의 의줄 경기라 할 수 있다. 우리 나라의 주시장인 미국과 일본이 여전히 불황에 허덕이고 있고, 세계의 전반적인 경기침체가 심각한데도 한국만이 유독 호황을 누리는 것은 한없이 크고 깊은 중동시장의 흡인력 때문이다.
다행히 중동 특수 때문에 국제수지가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건설을 비롯한 관련산업들이 공전의 황금경기를 누리고 있다.
외화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들어와 통화증발을 재촉하고 물량·인력은 썰물처럼 빠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안정기조를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라 할 수 있다.
경제의 총량규모는 급팽창하고 있으나 국민경제의 균형적 발전이나 사회적 형편의 실현이라는 측면에서는 큰 그늘을 던지고 있다.
중동 관련산업만이 황금경기를 만끽하고 있는데 반해 내수중소기업들은 심각한 자금난 등에 허덕이고 있으며, 유동성의 급팽창은 76, 77년에 겨우 잡아놓은 안정기조를 다시 근원부터 뒤흔들고 있다.
이런 추세는 지금이 바로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의 과열 중동경기는 어떤 돌발적인 사태가 일어나지 않는 한 당분간 계속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미 현재화되고 있는 물량·인력부족과 유동성 팽창은 앞으로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곧「인플레」의 가속을 예고하는 것이다.
앞으로 초과수요의 심화가 명백히 예상되는데도 물량공급을 늘릴 수 있는 시설투자가 이에 따르지 못하고 있고, 해외에서 조출되는 방대한 통화를 생산「채널」로 흡수할만한 여건이 조성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정말 심각한 사태다.
가뜩이나 초과수요가 심각한 판에 국내에서도 의욕 개발을 서둘러 재정 적자까지 일으키고 있는 형편이다.
중동특수라는 새로운 여건변화에 대응할 정책수단이 마련되지 않았으며 지금도 결단은 미룬 채 열의만 거듭하고 있는 모양이다. 작금의 사태는 정책대응이 늦을수록 더 어려워지고 복잡해 질 것이다.
결국 아무런「브레이크」를 걸지 않은 채 현 경제추세가 계속된다면 안경기조는 파국적인 사태로 갈 것이 뻔하다.
모든 것이 부족하고 몇몇 중동진출업체를 제외한 전 국민은 그야말로 풍요 속의 빈곤을 만끽해약 할 것이다. 사회적 공평이나 형평이 크게 왜곡되어 그 치유에 몇십 년이 걸릴지 모른다. 무엇 때문에 중동에 나가고 무엇 때문에 고도성장을 해야하느냐 하는 의문이 당연히 제기될 것이다.
중동특수가 한국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그것이 국민 모두의 혜택으로 돌아가도록 적절한 정책대응을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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