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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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 나라에선 공장 혹은 공업지대라는 말은 그 자체가 자칫 살벌한 인상만을 풍긴다.
회색의 시멘트 구조물, 검은 연기와 금속성 마찰음, 산적된 폐품더미 등등-.
실상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 하면 우선 각종 공해와 삭막한 작업 환경 때문에 육체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병들기 마련이라는 것이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세계 공통의 현상이기도 했었다.
특히 뒤늦게 공업화의 길을 칫닫게 된 우리로선 그동안 뒤떨어진 산업을 일으키고 높은 성장을 이룩하기 위해 웬만한 희생은 감수하면서 경제 개발을 서두르지 않을 수 없었던 불가피한 면도 없지 않았다.
결국 산업 공해와 근로자의 작업 환경 문제란 우리가 고도 성장을 이룩하기 위해 지불한 비싼 대가의 일부분이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아무리 빠른 성장을 이룩하고 국민 소득이 높아진다 하더라도 그것이 국민의 안락하고 건강한 생활과 연결되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현재 전국 5만4천8백개 사업체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남자가 1백75만3명, 여자가 1백9만3천명 합계 2백84만6천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들의 연령을 보면 남자의 경우 76.1%가 20∼39세의 청장년층이고 여자는 73%가 18∼24세의 꽃다운 나이다.
이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이처럼 한창 나이에 공해에 시달려 건강을 상하고 정서적으로 황폐해 진다고 생각하면 두려움마저 갖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더 늦기 전에 이에 대한 대책을 실행에 옮길 것을 강력히 촉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당연히 그 한 방법으로 오늘날 세계적으로 번지고 있는 공장 조경·산업 공원화를 적극 추진할 것을 권고하는 바이다.
공장 조경·산업 공원화란 공장에 나무와 화초들을 심어 숲이 우거진 공원과 같은 공장, 즉 「공원 속의 공장」을 만들자는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경제성·생산성·효율성을 추구하는데 급급한 나머지 자연 경관을 파헤치고 공장을 짓는데만 힘을 기울였고 파손된 자연을 회복하는 작업은 등한히 해왔다.
그 결과 우리의 공업지대는 오직 시멘트로만 덮인 살벌한 모습을 갖게 된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우리는 나무가 우거진 푸른 지대를 공장 주변과 내부 공간에 조성함으로써 공해에 더럽혀진 공기를 맑게 하고 근로자의 정서 함양, 보건 향상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공장 근로자들은 단순한 작업을 계속 반복함으로써 일에 싫증을 느끼기 쉽고 작업 능률도 떨어지게 마련이다.
이들에게 바람에 산들거리는 푸른 나무와 아름다운 꽃, 상쾌한 풀 냄새를 맡게 하는 것은 그들의 작업 능률을 올려 생산성을 높이는데도 더할 수없이 유익하다.
다행히 정부도 이같은 점에 관심을 기울여 이미 75년부터 관계법을 개정, 공장 건설에는 일정비율의 유수를 의무화하는 등 공장 조경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공장을 푸른 숲으로 덮이게 하려면 무엇보다 경영주의 깊은 이해와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불가능하다.
경영주들 중에는 아직도 조경에 대한 투자를 불필요한 부담 정도로 생각하는 이가 적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나무를 심는 것은 낭비가 될 수 없으며 기업 생산성을 높이고 자산을 늘리는 길이 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정부도 평면적 권장이나 형식적인 의무부과에 그치지 말고 세제, 금융상의 지원, 조경 소재의 공급 확보 등 입체적 산업 공원화 정책을 펴나가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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