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건건 맞서는 「밴스」·「브레진스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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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밴스」미 국무장관이 「모스크바」 방문을 끝내고「워싱턴」으로 돌아온지 이틀만에 「브레진스키」 대통령 안보담당 보좌관은 5월20일부터 중공을 방문하겠다는 일정을 발표했다.
「카터」행정부의 대외 정책수립·집행을 총지휘하는 이들 두 사람이 심각한 의견대립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워싱턴」외교가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백악관의 「조디·파월」대변인은 지난달 26일 정오 백악관 기자실에서「브레진스키」의 중공·일본, 그리고 한국 방문계획을 공식발표 했는데 이례적으로「홀브루크」국무 차관보 등 미 국무성 관리들이 동석했다. 국무성 관리들은「브레진스키」의 중공 방문은「밴스」의 권고에 의한 것임을 애써 강조했다. 이는 순전히「브레진스키」와 「밴스」간에 이견이 없다는 것을 공식 기록에 올리기 위한 목적 때문이었다.
공식부인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밴스」는 「브레진스키」의 중공 방문을 시기가 나쁘다는 이유로 계속 반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밴스」는 골치 아픈 SALT(전략무기제한협정)문제 타결을 위해 「모스크바」를 방문, 상당한 희망을 갖고 귀국했다.
그는 5월이 SALT타결의 중요한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있다.
따라서 국무성은 앞으로 1, 2개월은 소련을 자극하지 않고 SALT타결에 박차를 가하고자 계산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브레진스키」는「그로미크」외상이 SALT문제로 「워싱턴」에 오는 시기에 북경에서 중공지도자들과 회담할 예정으로 있다. 중공을 가장 미워하는 소련으로서는「브레진스키」의 북경 방문이 즐거운「뉴스」일 수가 없다. 그래서 「밴스」는 중공 방문 자체를 반대했으나 결국은「카터」대통령까지 중재에 나서 『「브레진스키」의 중공방문은 「밴스」의 권고에 의한 것』이라는 대외용 선전도 폈다. 그러나「브레진스키」와 「밴스」는 최근 「아프리카」문제에서도 정면 충돌했다.「브레진스키」는 소련과「쿠바」가 「아프리카」에서 지나친 행동을 하고 있는데 미국이 이들에게 따끔한 경고를 해 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래서 「브레진스키」는 「아프리카」분쟁지역에 미 해군 기동 타격대를 파견하도록 주장했으나 소련과의 충돌을 우려한 「밴스」는 절대 반대했다.「브레진스키」는 그의 중공방문을 발표한지 하루만에 한반도의 유사시에는 기동 타격대를 투입하겠다는 선언까지 했다.
관측통들은「브레진스키」가 「카터」행정부의 외교정책의 대변인으로 부상하고 경우에 따라서는『제2의 「키신저 』로 변신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론가인 「브레진스키」는 법률가인 「밴스」보다 미국의 국가이익을 강력하게 부르짖고 있다.
두 사람의 측근들은 이들이 기본 정책자체에 대해 이견이 있는 것이 아니고 다만 전술적인 면에서 견해를 달리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개인적으로는 『가까운 친구』 라는 이들 두 사람이 또 언제 무슨「문제」로 대립할지 주목된다. 【워싱턴=김건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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