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일변도의 과속 팽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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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시멘트」·철근·「아스팔트」등 건축 자재의 품귀 소동은 예상 밖의 초과수요에 근본원인이 있는 것으로 지적될 수 있다. 건축허가 면적이 지난 1·4분기중 전년 동기보다 96%이상 늘어났고, 이같은 수요추세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확실히 과열현상이 아닐 수 없다.
「시멘트」의 경우 정부는 올해 민수용의 수요 증가율을 15.7%로 잡았었다. 예년의 증가율을 그대로 반영한 수급 추정이 「시멘트」 파동을 불러일으키고 말았지만, 수요가 이처럼 급증하리라고는 아무도 상상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시멘트」수급에 차질이 일자 정부는 수출을 중단하면서까지 민수용의 공급을 4월중에는 전년보다 36%, 5월중 48%를 늘려 공급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수요를 충당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폭발적인 이상 수요급증에 대한 적절한 규제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건축자재의 수급 원활은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최근의 수요가 놀랄 만큼 늘어나고 있는 원인은 한마디로 국내·경제 전체가 과열된 데 있다고 보여진다.
생산을 동반치 않은 해외부문에서의 통화 증발로 작년 중 통화량 증가는40%에 달했고 이로 인한 유동성 과잉은 적당한 투자대상을 찾지 못한 채 부동산「붐」을 몰고 왔다. 여기에「포스트」수출 1백억「달러」이후의 산업구조 개편작업이 정부에 의해 서둘러지고 있다. 계속적인 수출 드라이브에 초점이 맞추어진 중화학 공업화는 엄청난 건설수요를 가져오고 있다.
1·4분기 중의 경제 성장률이 77년의 10.3%를 크게 상회해 15% 수준에 달할 것 같다는 한은의 잠정추계는 고도 성장의 도를 지나친 과열 현상이 벌어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뒷받침해 주는 것으로 해석해도 무방할 것이다.
더구나 이같은 과속성장이 지나치게 해외 부문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에 특별한 주의를 환기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무역 의존도는 85%수준에 달하고 있다. 무역입국을 내걸어 온 일본의 그것이 10%를 약간 상회하고 서독의 경우 20%를 웃도는 수준임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높은 수준임을 아무도 부인치 못할 것이다.
결국 최근의 건축자재의 수급 파동심화는 수출일변도의 고속성장을 위한 과잉투자의 부산물이란 결론에 도달케 된다.
그렇다면 정부는 이 기회에 보다 근본적으로 양적인 팽창을 위주로 하는 수출정책을 재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미 인력부족 사태가 표면화 됐고, 이제 다시 자재의 부족까지 겹치고 있다면 새로운 성장전략을 짜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의 경제구조 역시 이제부터는 능률을 추구해야 할 때가 됐다고 봐야 하지 않겠는가. 중화학 공업화의 추진 역시 당면한 과제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이의 전개과정에 있어서는 신중한 선별이 있어야 한다. 국제 경쟁력이 강한 비교우위가 유지될 수 있는 부문에 우선한 투자계획이 수립되지 못한다면 무턱댄 중화학 공업화는 수출 증대에도 기여하지 못하고 투자된 만큼의 자원의 낭비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현재 경쟁적으로 벌이고 있는 각종 사업이 과연 타당성이 있는가를 다시 한번 점검, 정부는 수출증진만을 염두에 두지 말고, 과열투자가 일어나지 않겠금 철저한 선별대책을 강구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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