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의 무조건 독립은 불가능|신임 신병현 한은 총재에 듣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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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신병현 신임 한은 총재는 20년 전 한은법 제정 당시와 지금의 현실이 일변했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스스로의 금융관에 큰 변화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중앙 은행은 무조건 행정부로부터 독립적인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는 인식이 없어져야 합니다.
통화 금융 정책이란 정부의 전반적인 경제 정책 테두리 안에서 행해지는 것으로 중앙 은행의 완전 독립은 있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 같은 원칙적인 발언에 대부분의 금융인은 수긍을 했으나 『옛날과는 현실이 매우 달라졌읍니다.
한은은 정부 정책에 협조 할 뿐이지 목적 자체에 대한 도전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단지 수단에 있어 간혹 의견의 차이를 보일 수 있읍니다』라고 말하는데 큰 실망을 하고 있다.
현재의 「인플레·무드」와 통화 증발 추세를 진정시키기 위한 금융 정책 운용에서 다시 한은을 보는 신 총재의 견해가 나타났다. 『우리 경제는 지금과 같은 고도 성장은 멈출 수 없읍니다. 매년 50여만명씩 쏟아지는 졸업생을 고용시키기 위해서도 최소한 10%이상의 고도 성장은 필요합니다. 안정이란 성장을 전제해야만 하는 것이고 성장 없는 안정은 있을 수 없읍니다.』
따라서 통화 정책에 있어서도 『다소의 「인플레」는 성장을 위해 감수해야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금융 정책도 정부의 고도 성장을 강력히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 점에서 신 총재의 견해는 퇴임한 김성환 전 총재가 이임사에서 밝힌 대로 『한은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통화 가치 안정에 있다』고 보는 대부분의 금융인에게는 좀 낯선 얘기로 받아들여졌다.
『통화 증발 얘기도 단순히 통화량이 많고 적은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물가를 기준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즉 2월까지는 물가가 꽤 올랐으나 3윌 이후 진정됐기 때문에 통화도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인플레」의 진행에 대해서도 『물가 10% 상승이란 기타 제국에 비해서도 그다지 높은 것은 아니라 할 수 있읍니다』라고 말하듯이 매우 낙관적인 견해를 표명했다.
신 총재의 취임 발언 중 금융계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무엇보다 은행원에 대한 언급, 『금융인의 사기가 예전 같지 않은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현재 금융인의 사회적 위치가 결코 낮은 것이 아니며 오히려 은행원 스스로가 반성, 사기를 높이도록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신임 총재에 거는 금융계의 기대는 한풀 꺾이고 말았다.
신 총재의 표현대로 『한은법 제정 당시는 나이가 젊었을 때』이며 경제 현실도 총재 당사자도 모두 변했다. 【장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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