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특목고 출신 상대적 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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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서울대가 4일 발표한 2005학년도 입시안은 우수 학생 선발과 지역 간 교육환경의 불균형 완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 했다. 현행 입시보다 지방 고교의 우수학생이나 과학고.외고 등 특목고 학생들이 유리해졌다.

우선 지역 균형선발제는 지난해 8월 정운찬(鄭雲燦)총장이 밝혔던 '지역할당제'구상의 연장선상에 있다. 다만 그간 논의돼 왔던 지역할당제가 시.군.구 단위로 입학생 쿼터를 배정하는 방식이었다면, '지역 균형선발제는 정원 20% 안팎에서 지역 구분 없이 내신 위주로 신입생을 선발하겠다는 것이다.

서울대 김완진(金完鎭)입학관리본부장은 "지역별로 쿼터를 배정하는 방식도 검토했지만 정원이 적은 모집단위에선 적용이 불가능한 문제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그러나 金본부장은 "지역적.사회적.경제적 교육환경의 불균형을 완화한다는 측면에서 지역 균형선발이나 지역할당제는 마찬가지 효과"라고 강조했다.

내신만으로 전형하면 서울이나 지방 모두 같은 조건이기 때문에 지금보다 지방 출신의 서울대 입학 비율이 크게 높아지게 된다. 2001학년도의 경우 전국적으로 서울 출신 학생 비율은 25%였지만, 서울대에 입학한 서울 출신은 40%선이었다. 지역 균형선발제는 이 같은 서울 편중 현상을 다소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서울 강남과 강북의 격차도 줄어들게 된다.

서울대 관계자는 "과거 '고교장 추천제'에서는 비교과 성적의 전형 비중이 커 낙후지역 수험생들이 불리했으나 지역 균형선발제에선 내신 위주로 뽑기 때문에 지역적 불균형을 개선하는 효과가 훨씬 크다"고 말했다.

특정 분야에 뛰어난 자질이 있으면 다른 분야의 성적과 관계없이 선발하는 '특기자 전형'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특기자 전형이 실시되면 지난해 입시처럼 국제올림피아드에서 입상한 수험생이 내신성적이 저조해 탈락하는 경우는 줄어들 전망이다.

하지만 특기자 전형은 ▶각종 경시대회 수상자▶특정교과 성적 우수자 등이 대상이어서 특목고 출신을 배려하는 측면도 있다. 서울대는 이미 2004학년도 정시모집에서 내신 비중을 줄이고 수능 비중을 늘리겠다고 발표해 고교평준화에 역행한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이번 2005학년도 입시안에서도 "정시모집에서 객관적인 학업성취도를 나타내는 전형 요소의 비중을 확대하겠다"고 밝혀 '수능 확대' 방침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대 관계자는 "지역 균형선발로 지방 학생을 배려하는 만큼 정시모집에서 수능 비율을 높이더라도 별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인적자원부 이걸우 학술학사지원과장은 "지방의 우수 학생을 놓치게 되는 지방대의 불만이나 서울 등 대도시 지역 학부모들의 '역차별' 주장 등 논란의 소지는 있지만 법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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