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학생」은 「문제어른」의 탓"|서울 「카운슬러」협 청소년 교육 심포지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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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문제학생은 존재하지 않고 문제의 부모, 문제의 교사, 문제의 사회인만이 존재할 뿐이다』. 25일 이화여고 강당에서 열린 서울 「카운슬러」협회(회장 정희경) 주최 청소년교육 「심포지엄」의 결론이다.
『청소년은 바른 이해와 지도를 요구한다』는 주제로 열린 이날 「심포지엄」은 추원식 교수(서울대·교육학)의 사회로 황응연 교수(이대·교육심리) 이부영 교수(서울의대·정신분석) 정철희씨(청소년회관 상담실장) 신재을 교사(청량리 종합고·교무주임) 가 발제 강연을 했다.
발달심리학적 관점에서 청소년 문제를 진단한 황응연 교수는 우선 그들을 이해하려면 광명과 암흑이 공존하고, 중용이 없이 극과 극을 달리는 성장단계에서의 그들만의 심리적 특징을 먼저 알아야 한다고 강조.
청소년의 문제는 어른들의 일방적인 훈육 지도 중심에서 그들에 대한 수용과 이해를 바탕으로 가정과 학교와 사회가 삼위일체가 되어 공동 노력을 함으로써만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신재을 교사는 상담을 청해온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신들이 가정이나 학교, 사회로부터 바르게 이해되지 못하고 따뜻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에 심한 「소외감」을 호소한다고 밝혔다.
오늘날 수많은 청소년들이 자신의 무력함, 장래의 불안 등으로 고통받고 번민하며 전문적인 도움을 필요로 한다고 지적한 신 교사는 그러나 성인들은 편협하고 도움을 주는데 인색하다고 주장한다.
정철희씨는 필요한 것은 청소년문제 「세미나」가 아니라 성인문제 「세미나」라고 지적하면서 부모의 일관성 없는 교육과 보장심리에 근거한 과잉교육열·애정의 결핍 등이 청소년 문제의 주된 원인이라고 강조. 또한 청소년이 정력을 마음껏 쏟을 수 있고 지식탐구의 동기를 유발하는 여가활동과 사회활동의 필요성도 얘기했다.
이부영 교수는 문제학생 중에는 청소년기에 나타나기 쉬운 정신분열증 등의 환자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문제는 가족이다』고 지적한다.
사랑의 매질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이 교수는 어른은 청소년을 가르치려고 하지 말고 그들과 고통을 함께 나누도록 하는 자세만이 그들을 선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날 「심포지엄」을 방청한 조윤제 교장(동도공고)은 70만평 난지도에 청소년을 위한 광장을 만들도록 정부에 건의하자고 제안, 즉석에서 채택되는 등 진지하고 열띤 토의가 2백여 명 서울시 중 고교 「카운슬러」들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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