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단의 내분수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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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해 8월이래 확대되어 온 불교 조계종단의 내분이 수습의 실마리를 찾게 되는 듯 하다. 동종단 원로 승려 12명이 20일 김성진 주무장관을 방문하여 『분쟁 양측 당사자들이 승단의 화합정신에 입각하여 동시 후퇴한다』는 것이 승려 절대다수의 의견임을 전달하였고, 김 문공장관은 『원로스님들의 수습노력으로 오는 4월초파일(양력 5월14일)전에 종단 내분이 수습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전국에 7천여 승려와 1천5백개 사찰을 산하에 둔 조계종은 19개 불교 종단종의 최대중단이다. 그 종단이 종정파와 중앙종회 간의 이견으로 원승회고 속에서 법정 투쟁까지 벌여왔다는 것은, 무상불도의 지도와 행심을 하겠다는 승려로서는 꿈에도 생각할 수 없는 수도정신의 전도가 아닐 수 없다. 사고팔고의 사바세계를 파나밀다(도피안)의 실천행으로 감응도교하여 제도하겠다는 것이 승려-동행-화합의 기본정신이 아니겠는가. 수많은 불교신도들의 개탄은 그 동안의 종단분규 때문에 불교에의 귀의조차 꺼리는 단계에 이르렀다.
불교는 이미 외래종교가 아니다. 그것은 한민족의 생활과 문화속에 면면히 살아 왔고, 역사적인 고난을 극복하는데 호국의 정신적 지주 구실을 해 왔다. 그러한 불교이고 그 유발을 이어온 종단과 그 산하 승려들이, 이해와 애증 때문에 무명속을 헤매는 세속 못지 않게 지위나 재물을 탐하여 구부득의 고뇌를 겪고 있다는 것은 자각은 커녕 미망의 집단이라는 평을 면치 못할 것이다.
비구·대처 논쟁 때문에 승단의 화합은 깨지기 시작했었다. 사찰을 차지하기 위해서 사이비 승려가 등장했고, 이러한 스님 아닌 스님네들이 순수한 스님들을 등에 업고 해괴한 장난들을 해 왔다. 필요하면 가사를 걸치고, 불필요하면 환속을 하는 괴상한 승속무상의 무리까지 태어났다. 이 기회에 차단의 정화를 승단자체의 노력으로 정념(결단)해야 할 것이다. 올바른 불자의 생활(정명)을 할 수도 없고 하지도 않는, 법의 차림의 사이비 승려가 어떻게 법등을 밝혀서 중생을 인도할 수 있겠는가.
옛날에는 이판승 사판승의 제도가 있었다고 한다. 방대한 불교 재산이 언제나 내분의 불씨였고 사이비 승려들의 발씨의 대상이었다. 무일물 중 무진장의 고승에게 재산관리의 능력을 기대하는 것이 무리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불교 재산관리에 대한 적절한 방안이 이 기회에 발견되어야 할 것이다. 불교 재산 중에는 값진 문화재가 수많으며, 그것의 효과적인 관리는 그대로 문화재관리의 합리화가 되는 것이다.
조계종단 분규의 수습을 위해서는 불교 신자들의 올바른 깨달음도 절실하다. 예불을 마치 기도의 행사처럼 생각하는 말법적 현상은 없어져야 한다.
불교는 무명에서 생사에 이르는 십이인연을 해탈, 고집을 위도 함으로써 대지를 터득하여 불왕생사하고 대비를 천행해서 자타의 불생을 깨우치라는 교리에 그 참뜻이 있다.
이러한 불타의 가르침과는 관계없이 마치 무속화 돼가고 있는 듯한 신도를의 불교관과 이에 영합하는 사이비 승려들의 형태를 하루빨리 정견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 시급하다.
원로 스님들의 노력과 문공부의 조정으로 조계종단의 내분이 수습의 방향을 하루 빨리 찾게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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