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측의 「도청」 해명과 사과 받아라"|외무부-관계 장관 불러 한미 현안 추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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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회는 12일 박동진 외무·이용희 통일원 장관 등을 출석시킨 가운데 외무위를 열어 청와대 도청설과 미·동구권 지도자들간에 논의되는 한반도 문제에 관한 3자 회담설 등 한미 현안 문제에 대한 진상을 묻고 대책을 추궁했다. 여야 의원들은 회의에서 미국 기관의 청와대 도청이 우리 주권을 침해한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 미국측이 이에 관해 분명한 해명을 하고 사실일 경우 정부가 사과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철승 의원(신민)은 『3자 회담이 과거 미-월맹간의「파리」협상 형식이 아니라 현재의 남북대화 두절 상태를 풀기 위해 미국의 중개로 결국에는 우리측이 주장하는 4자 회담으로 가는 예비 회담의 과정이라면 이를 받아들일 수도 있지 않겠는가』고 묻고, 박동선 사건 김상근 사건 김동조 사건 등을 처리하는 과정에 있어 외무부가 보인 부조리나 자가당착에 대한 책임을 지고 박 의무 장관은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또 최규하 총리의 외무위 출석을 요구하고 김용식 주미 대사를 소환, 3자 회담의 배경과 미 의회 지도자들과의 접촉 결과 등을 보고 받자고 제의했다.
이 의원은 청와대 도청사건에 대한 책임이 정부에도 있다고 주장하고 「포터」전 주한 미대사를 불러 증언을 듣자고 요구했다.
박준규 의원(공화)은 「카터」미대통령은 「브란트」전 서독 수상에 대한 미CIA의 증회설에 대해 공식 서한을 통해 해명했으며 미 신탁 통치령 「메리애나」군도 의회 도청사건에 대해서도 미국 정부가 공개 사과·해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도청사건에 대해서는 하부 관리에 의한 비공개 해명에 그쳤다』고 지적하고 도의 정치가로서의 미 지도자는 대외관계에 있어 하나의 칼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남북한 및 미국의 3자 회담에 관해 『3자 회담을 계기로 북괴가 미국의 세력권 안에 들어갈 조짐으로도 해석할 수 있지 않느냐』면서 이 회담에 대한 융통성 있는 정부 입장을 촉구했다.
박 의원은 특히 김용식 주미 대사가 미행정부에 파견된 특명전권대사라는 입장을 잊고 「오닐」미 하원 의장의 소환에 응해 왕래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종철 의원(공화)은 『청와대 도청 장치는 미국의 계획적인 주권 침해가 명백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주장, 사실을 부인하는 미국무성의 단순한 성명만으로 해결될 수 있겠는가고 묻고 『3자 회담설은 북괴의 이른바 연방제에 대한 협의 추진을 위해 한국의 위신을 손상케 하고 위험스러운 전망을 안겨 주는 것이라고 보지 않는가』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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