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통화의 확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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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IMF8조국 통화 중 아직도 비지정통화로 남아있는 일본 엔화 등 25개국 통화를 지정통화로 바꿀 방침이라 한다. 국제수지상의 이유 때문에 외환거래를 통제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한 IMF8조국의 통화를 지정통화로 하는 것은 앞으로의 국제화추세에 비추어 당연하다 할수 있다.
지정통화란 외환관리법상 자유결제가 허용되는 통화인데 현재 우리나라에선 미 달러 등19개국 통화에 한정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대외거래가 점차 다변화함에 따라 지정통화는 계속 늘려나가야 할 것이다. 이번 지정통화로 추가키로 한 25개 통화중 역시 핵심은 일본의 엔화일 것이다.
일본과는 무역 및 경협면에서 가장 밀접한 관계에 있지만 아직 엔화는 비지정통화로 남아있다. 엔화를 지정통화에서 제외한 것은 이유야 어떻든 비현실적인 조처다.
일본과의 무역거래 등이 다른 어느 나라보다 많지만 엔화와 원화간의 환율은 달러를 매개로 한 재정환율이 적용되고 달러로 환산결제 된다.
이번 늦으나마 엔화의 지정통화 추가는 이런 비현실적인 점을 없앨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만하다.
정부는 이미 오래 전에 중동제국의 통화에 대해선 지정통화로 지정한바 있다. 엔화의 지정통화 추가는 엔화 베이스의 거래 및 보유의 증가를 초래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환율이나 외환결제면에서 달러에 편중의존하고 있다. 무역의 결제별 통화나 대외준비자산의 구성에서 달러가 압도적으로 많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밀접한 경제협력관계를 생각할 때 당연한 귀결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달러화가 기축통화의 지위를 잃었고 더구나 달러화가 계속 떨어지고 있는 형편에서 달러화에 대한 편중의존이 과연 소망스러우냐에 대해선 깊은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달러의 계속적인 폭락으로 인해 가만 앉아서 크게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우리의 외환고가 이미 40억달러를 넘었으므로 통화별 구성에 따라 대외준비자산의 실질가치에 큰 변동이 날 수 있다.
오늘날과 같이 국제통화시세가 유동적인 여건에선 무역거래나 외환보유에서 국제통화의 시세변동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이에 기동성 있게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달러 일변도에서 벗어나 다변적인 통화조작이 필요할 것이다. 위험분산을 해야하는 것이다.
이번 엔화 등 25개통화의 지정통화 추가는 통화조작 다변화의 문호를 넓혔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이는 정부·기업·은행에 대해 국제통화정세에 대한 보다 폭넓은 안목과 운용이 필요함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일본 엔화의 지정통화추가는 대외무역면에서 환 리스크문제에 대한 깊은 인식과 대응을 강제하게 될 것이다.
이번 지정통화의 확대를 계기로 현재 달러에 일방적으로 링크되어 있는 환율기준도 새 국제통화여건에 맞는 것으로 대체하는 연구도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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