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어깨가 너무 무겁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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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고3 수업료 3만1천6백70원(1기분), 교과서 8천원, 학용품 9천6백원, 소풍경비 6천원, 참고서 1만8천원, 학원비 6천원(매월)=연간 24만2백80원, 매월 2만1백원꼴. ▲대학 3학년 등록금 19만2천5백20원, 책값 2만원, 학용품 5천원, 과외활동비 6만원=연간 27만7천5백20원, 매월 2만3천1백30원꼴.
-이상은 여성저축 생활중앙회가 77년10월을 기준으로 만든 표준가계 지출모형에 나타난 자녀 2명의 교육비 부담이다. 월수 25만원인 가정에서는 교육비만 4만3천2백원꼴로 수입의17·3%. 자녀들의 교통비와 용돈이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이를 합할 경우 20%가 훨씬 넘는다.

<사립은 훨씬 많아>
월수 20만원의 가정이라면 교육비 부담은 25%를 넘게 된다.
이 모형의 대학생이 사립대학에 다닌다면 부담은 또다시 커진다.
사립대학과 고등학교에 다니는 자녀 2명을 둔 월수 25만원인 가정의 올해 교육비 부담을 이 모형에 맞추어 보자.
대학등록금 24만6천5백원과 고교수업료 3만6천3백원. 연간교육비 총액은 대학이 57만8천원, 고교가 5만8천8백원으로 매월 부담은 6만9천7백30원으로 가계의 27·9%를 차지한다. 역시 교통비나 용돈은 포함돼있지 않다. 게다가 고교생에 과외지도라도 시킬 때에는 엄청나게 된다.
중앙관서의 고급공무원 K씨(50)의 부인은 지난 1월부터 몇몇 학부모들과 어울려 50만원짜리 계를 들었다. 내년부터는 집안에 대학생이 2명으로 늘기 때문에 이들의 학비를 미리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수업료와 일반소비자물가의 인상경쟁은 마치 토끼와 거북의 달리기시합 같아요. 각급 학교의 공납금은 항상 일반물가를 앞질러 학부모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읍니다.』 고3과 대학 2학년짜리의 학비를 대고있는 K씨의 설명이다.
그래서 가계부는 해마다 뛰어오르는 공납금 인상공세를 이기지 못해 적자를 면할 날이 없다.

<생각도 못할 저축>
68년 이후 10년간 각급 학교의 공납금 인상은 중학이 7·8배, 고교가 9배, 대학이 6·5배로 같은 기간에 물가인상폭 3·4배를 훨씬 앞지르고 있다.
10년동안 가장 많이 오른 고등학교의 공납금은 68년에 연간 1만5천8백원이 71년에 3만2천1백90원으로 2배가 되더니 72년부터 해마다 10∼20%씩 올라 올해는 9배가 약간 넘는 14만5천4백40원이 됐다.
이래저래 각 가정에서의 자녀교육비 문제는 가장 큰 골칫거리가 돼가고 있다.
월수 50만원이면 고급샐러리맨에 속한다.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 K종합무역상사 L부장(48)은 그래도 고민이 많다. 중·고·대학에 자녀 3명이 골고루 다니고있기 때문이다. 요즈음은 수입의 거의 절반이 교육비로 날아가버려 저축은커녕 용돈마저 아쉬운 처지가 됐다고 걱정이다.
지난해 9월 중학 2년생인 막내가 가져간 학비는 책값·용돈을 합쳐 2만원선. 고교 3년생인 2남은 수업료 1만1천8백원, 책값 2천원, 대학입시준비 과외비 5만원 등 6만3천8백원. 대학 2년생인 장남의 학비는 월 7만3천2백원으로 이를 모두 합하면 교육비 총액은 15만7천원으로 전체수입의 31%를 차지했다.

<과외비가 더 골치>
그러나 2남이 올해 대학에 진학하면서 자녀들의 학비는 『정신차릴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났다고 걱정했다.
『공납금이 오르는 것도 겁나지만 과열경쟁에서 오는 과외비 부담도 큽니다. 남들이 모두 과외를 시키니 안 시킬 수도 없고, 이래저래 생활비만 줄어드는 형편입니다.』 고교 2년생을 저녁마다 그룹지도에 보내고 있는 어느 주부의 표현이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각각 자녀를 둔 K대교수 S씨(45)는 자녀교육비가 전체수입 34만원의 30% 정도나 돼 연구서적 한권 제대로 사보지 못하고 항상 쪼들린다고 실토했다. 고3짜리 맏딸은 내년에 음악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피아노 교습비 6만원을 지출하고있어 올해부터 더욱 어렵게 됐다.
L교수의 처지는 더욱 딱하다. 사립대학 4학년인 큰아들의 고교 때 과외빚이 아직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교수월급에는 벅찬 세칭 일류과외를 시킨 후유증을 4년이 되도록 벗어나지 못하고있다는 것이다.
학교공납금은 해마다 각종 공공요금을 앞질러 올려야만 하나-.
주부들의 한결같은 근심이다.
각종 물가가 치솟는 것도 교육비가 오르기 때문에 자극받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일선교사들의 말을 들어보자. 『교육자이면서 학부모가 되는 까닭에 교육비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읍니다. 그러나 교육비 부담이 늘어나는 것만큼 교직자들의 대우가 나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한마디로 부담이 늘기만 해요. 요새는 물가가 먼저인지 교육비가 먼저인지 알수 없을 정도로 오르는 것 같아요.』

<교사대우는 제자리>
그래서 많은 학부모들은 정부는 공교육비 투자를 크게 늘리고 사학에 대한 국고지원은 물론 중학교에 대해서는 의무교육을 전제로 교육비를 오히려 낮추어야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주부클럽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교육비의 비중이 생활비의 절반이상을 차지한다는 주부가 36%나 됐고 30∼50%를 차지하는 경우가 25%, 30% 미만이라는 주부가 25%로 나타나 전체의 77% 가량이 과중한 교육비 때문에 허덕인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오르기만 하는 교육비는 제동을 걸수 없는 것일까. 배종근 교수(동국대 사대)의 처방을 보자. 『대학입시에서 예시 반영율을 높여 소위 제3교육비(과외비)를 줄이고 대학의 졸업정원제 또는 자격정원제의 실시, 그밖에 정부의 교육투자규모 확대, 교육사업을 위한 목적세의 신설 등을 검토해야한다』는 것이다. 【김정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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