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강홍준의 줌마저씨 敎육 공感

현실 무시한 교육제도 변경 … 3년 주기 돌림병 낳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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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홍준
강홍준 기자 중앙일보 데스크
강홍준
논설위원

3년 터울의 자녀가 있다면 공감할 수 있다. 둘 다 새로운 입시나 교육제도의 시험 대상이 되거나 아니면 제도가 바뀌기 직전이어서 오도 가도 못하며 발을 묶인 사례 말이다. 대표적인 고약한 3년 터울이 2005·2008(학년도)와 2014·2017이 아닐까 싶다. 2005(학년도)에서 선택형 수능이 처음으로 도입되더니 2008엔 갑자기 수능 표준점수가 사라지고 등급만 표시돼 혼란을 일으켰다. 2014에서 A·B형으로 구분한 선택형 수능이 시작되더니 2017은 그 제도가 아예 폐지될 예정이다. 한국사 시험이 필수로 들어가는 것도 2017이다.

 지난해 초등 2학년이었던 둘째 아이는 큰아이(5학년)의 책을 물려받기도 어렵다. 집중이수제가 2011학년도에 생겨나 중학생들의 애를 먹이더니 이젠 사라진다고 한다. 2007·2009·2011 등 2년 주기로 변화를 알리는 교육과정 탓에 교과서는 말할 것도 없고, 참고서도 물려받기 어려운 형편이다. 5년 단임의 정부가 집권기간 내에 공약을 실천하거나 뭔가를 보여주려면 바꾸는 게 불가피할 순 있다. 그래도 두 자녀 키우기가 어려울 정도란 말이 나와서는 곤란하지 않을까.

 이제, 메가톤급 변화가 기다리고 있다. 지금까지의 변화와는 규모나 질적인 면에서 비교가 안 된다. 현재 초등 6학년부터 적용되는 문·이과 통합교육과정이 그것이다. 이들이 고교에 들어가는 2018년엔 문·이과로 따로 가르치는 일이 사라진다. 2021학년도 수능(2020년 응시)도 통합형 시험으로 치러진다. 현재 교육과정 전문가들이 열심히 뭔가를 어떻게 바꿀지 연구 중이다. 공사판에 나붙은 공기(工期)처럼 일정표도 나와 있다. 내년 5월까지 교육과정 개발, 2016년 8월까지 교과서 개발….

 뭘 어떻게 통합할지, 통합한 내용은 누가 가르칠지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다는 게 신기할 뿐이다. 고교에서 공통 필수과목이 크게 늘어난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과·이과 과목을 모두 배워야 하는 게 통합교육이니까 이를 다 배워야 한다면 아이들의 공부 부담은 어쩌려는지 걱정스럽다. 미국만 해도 과학교육과정을 고치는 데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공청회만 150번 열었다고 한다. 초안 4만 부를 만들어 일반에 공개하고, 사회적인 공론화 과정을 거치기도 했다.

 우리 교육당국의 수시 제도 변경은 질병이자 재앙에 가깝다. 윗사람의 뜻을 잘 받들어 만든, 그래서 학생과 학부모·학교 교사가 처한 현실은 깡그리 무시한 교육당국의 수시 제도 변경은 우리 사회의 3년 돌림병을 낳고 있다.

강홍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