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대화 중단 5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북괴 측이 일방적으로 남-북 대화의 중단을 선언한지도 벌써 5년이 가까워 오고 있다. 그 동안의 과정은 계속적인 통화「채널」의 축소로 특징지어지고 있다.
10차에 걸쳐 명맥이나마 유지했던 남-북 조절 위 부위원장 회의도 이미 만 3년간 중단상태에 있으며 남-북간의 직통전화가 두절된지도 1년 반이 되었다.
이제 남은 남-북간의 대화「채널」은 어쩌다 한번씩 열리는 남-북 적십자 실무회의가 있을 뿐이다.
남-북한간의 분위기도 북측의 계속되는 호전적인 전쟁정책으로 인해 남북대화 이전의 경화된 상태로 되돌아 간지 이미 오래다.
현재 같은 분위기에서는 남-북 대화를 운위한다는 것조차가 오히려 감상적으로 들릴 정도가 되어 버렸다.
그러나 우리민족이 절멸의 참화 없이 평화와 통일을 이룩하기 위해선 비록 지금은 비현실적으로 보일 망정 대화이외에 다른 길이 없는 것이다.
때문에 상대가 아무리 대화를 외면하더라도 우리는 대화에 대한 기대를 결코 저버릴 수 없다.
조절 위의 무조건 재개와 남북간의 교류 및 협력을 촉구한 지난3일의 민 서울 측 공동위원장대리의 성명은 이러한 기대의 표현인 것이다.
남북대화를 통해 부각되었던 남-북한간의 공개된 중요 견해차이의 하나는「일거의 해결」 과「점진적인 해결」의 대립이었다.
북측은 그 동안 남-북한간에 심화되어 온 차이점을 고의적으로 무시하고 정치·군사적인 문제의 우선 해결을 고집했었다.
이에 대해 우리는 우선 평화를 정착시키고, 점진적인 교류와 협력을 통해 상호간에 신뢰를 회복하고 이를 바탕으로 궁극적인 통일을 이룩해 나가자고 설득했다.
이러한 우리의 합리적인 방안을 거부하고 남-북 대화를 중단시켜 결국 얻은 것이 무엇이었던가.
그 결과는 남-북 관계를 대화 이전의 대결상태로 되돌려 우리 민족「에너지」의 상당부분을 전쟁준비에 소모시켰을 뿐이다.
만일 저들의 그때 남-북 대화를 중단하지 않고 교류와 협력에 동참했더라면 지금쯤 남-북간에는 평화가 정착되고, 교류와 협력의 시대가 열렸을지도 모른다.
결국 남-북 대화의 중단은 민족「에너지」의 소모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의 지체만을 초래하고 말았다.
대화의 중단이 오래가면 오래갈수록 민족의 이질화와 상호 불신을 심화시켜 평화통일의 질은 누적적으로 멀어지고 말 것이다.
남-북한이 대화를 재개하고 상호교류와 협력을 하게 되면 자체만으로도 상호간에 큰 이익이 될 뿐 아니라, 대치상태에서 오는 상호간의 낭비를 줄임으로써 민족「에너지」를 건설과 번영을 위해 쓸 수 있게 된다.
이밖에도 남-북 대화와 교류의 이 점을 헤아리자면 끝이 없다.
이러한 민족번영의 길을 무작정 외면하다간 현 세대가 역사의 지탄을 어떻게 면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북한측이 미 망에서 깨어나 남-북 대화와 협력을 통한 민족번영의 길로 되돌아오기를 다시 촉구하지 않을 수 없는 소이다. 우리는 현실이 아무리 비관적이라 하더라도 결코 대화의 문을 닫지 않고 끈기 있게 기다릴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