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 「러시」의 대처 방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과유불급이란 말이 있지만 외환이 모자라는 것 못지 않게 너무 쌓이는 것도 큰 문제다. 최근 국내경제의 가장 큰 교란 요인도 외환부문이라 할 수 있다. 외환 부족에 늘 시달리다가 중동「붐」을 계기로 흑자기조로 급전했고 이것이 워낙 빠르게 이루어졌기 때문에 적절한 적응이 안 되고 있는 것이다.
77년 중 외화 순자산의 증가는 13억「달러」로서 통화증가에 대한 기여률이 99·8%나 된다. 이러한 외화의 증가세를 멈추지 않는 한 올해에도 작년과 같이 외환 때문에 통화 홍수가 나는 사태를 면키 어려울 것이다. 지나친 외환증가는 부족 때와는 다른 국면의 부작용을 빚는 것이며 이는 다른 차원의 정책 대응을 필요로 함을 뜻한다.
한국 경제에 있어 급격한 외환「러시」는 이를테면 소화불량 상태를 빚고 있는 것과도 비유할 수 있다.
외환 증가로 인한 통화증발은「인플레」를 유발, 이것이 정상적인 경제순익을 저해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볼 때 중동「붐」으로 국제 수지는 크게 개선되었지만 이것이 국내 균형을 교란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외환증가로 인한 통화 증발「인플레」촉진의「패턴」이 계속된다면 내외물가의 격차로 인한 국제 경쟁력저하로 장기적인 국제수지의 흑자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해외부문의 통화증발을 막아 중동「붐」등을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과 직결시키는 조처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그 대처가 늦을수록 충격도 확산될 수밖에 없다. 정부 당국이 구상하고 있는 외화 예치제 강화도 해외부문의 통화증발을 줄이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그러나 외화 예치제가 외화 수입자의 경제적 희생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이것이 지속적으로 강행될 수 있느냐는 의문이다.
곧 환율인상이 되리라는 전망이 있거나, 예치외화에 대한 경제적 보상이 보장되기 전에는 외화 예치제가 잘 될 것이라는 전망은 어둡다. 즉효적인 방법으로는 외화 예치제의 의무화가 생각될 수 있다. 그러나 이것도 장기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편 예치 외화를 설비투자 및 은행채 상살와 「링크」시키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해외수출에 정책 우선 순위를 두어 수출「드라이브」를 채찍질하면서 다른 한편에선 들여온 외화에 대해 불이행 조치를 강요하기는 힘들 것이다.
따라서 해외부문의 통화 압력 완화는 이미 들여온 외화의 원화 전환을 막는 것 보다 그 전 단계에서 외화가 안 쌓이게 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먼저 상품이나 건설수출에서 손해를 보고, 이를 근거로 국내 금융을 받아 적자를「커버」하려는 타성을 막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건설 수출 등도 외형 위주에서 채산성위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이미 우리나라는 각종 지원을 다해 어떻게든 외환을 벌어야할 단계는 지났다.
또 외화를 모으는데만 신경을 쓸 것이 아니라, 이를 잘 활용하는데 눈을 돌려야 할때가 되었다고 생각된다. 보유 외환을 해외자원 개발이나 합작투자 장기신용 공여 등에 좀 더 과감히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생산성 향상에 의한 물가안정을 위해 설비투자나 합리화 투자도 계속 일어나야 할 것이다.
국제수지 호전이라는 새로운 사태 때문에 일어나는 국내 경제의 충격 문제를 좀 더 심각하게 인식하고 근원적인 대응을 서둘러야겠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