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교국의 확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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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현재 남북한의 수교국수는 각기 1백2개국 대91개국이다. 작년에 우리는「수단」「가나」「스리랑카」「기니」「지부티」「바베이도스」등 6개국과 국교를 맺어 72년 이후 처음으로 증가 속도에서 북괴를 능가했다.
71년에 81대 36이던지 남북한 수교국수는 72년 7·4성명이래 북괴의 급속한 수교확대로 그 격차가 재작년에는 5개국 정도로 좁혀지기까지 했었다.
정부는 올해 11개국과 수교를 추진해 남북한간의 격차를 더욱 넓혀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한다.
단순한 수교국의 수효보다는 국가관계의 질이 더욱 중요한 것이다 하나, 한국문제의 유엔 대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현실에서는 운의 중요성도 도외시 될 수는 없다
또 수교는 국가관계의 기초가 되는 만큼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와 의의를 지닌 것이라 볼 수 있다.
앞으로 우리가 수교를 해나가야 할 대상으로는 신생국과 비동맹 비수교국, 그리고 공산국가들을 꼽을 수 있다. 비동맹 비수교국에는 북괴단독수교국과 남북한 모두와 국교관계를 맺지 않은 두 종류가 있다.
이중 우리 외교가 우선 역점을 두어야 할 대상은 북괴와만 관계를 맺고있는 비동맹국가들이다. 따라서 수교외교는 결국 비동맹외교라 할 수 있다.
공산국가와의 관계개선도 중요하긴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장기목표로 추진되어야 할 일이다. 신생국이나 남북한 동시 비수교국의 경우는 최소한 뒤지지 않는 것으로 족하다.
당면 과제인 비동맹의 북괴 단독 수교국은 파키스탄을 빼고는 모두 중동과「아프리카」에 몰려 있다.
작년에 6개 수교국 중 3개국이 이 범주에 속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런 대로 고무적이다.
그동안의 비동맹 외교에 있어선 경제·기술협력·문화교류·인사교류 등의 방법이 주로 동원되었다. 최근 몇년새 우리 경제의 괄목할만한 해외진출은 비동맹 외교에 있어서도 강력한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정치·이념적인 접근은 미흡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비동맹외교에 있어선 역사·정치적 동질성의 상호인식이 중요한 만큼 정치외교의 중요성도 결코 소홀히 해선 안된다.
정치외교라고 하면 세계의 모든 사태가 남의 일이 아니라 자기의 일이기도 하다는 관점에서 보고 행동하자는 뜻이다. 자기의 일이 되면 한쪽 편을 들어야 할 일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자면 자연히 다른 쪽과는 관계 악화를 각오해야 하나, 어차피 모두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데는 한계가 있으므로 너무 소실에 구애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73년말 석유 파동 때 아랍권이 모든 나라를 친아랍·반아랍·중립으로 분류해 중립까지도 비우호국으로 취급했던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편을 들지 않고선 동류가 되기 어려운 경우에는 비동맹 제3세계적인 의식구조에 맞추어 다수의 편을 너무 늦지 않게 들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예컨대 인종차별 같은 시대 착오적인 문제에 대해서까지 우리의 입장을 밝히는데 주저할 이유는 없지 않겠는가.
우리외교의 수행이 보다 융통성과 적극성을 발휘하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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