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제 연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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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새로운 규격의 가정용 개량연탄이 늦어도 오는 8월말부터는 시판되리라 한다.
개량연탄은 크기를 현재의 3.6kg짜리 소탄보다 0.6∼1.4kg 더 늘려 하루에 2번만 갈아넣어도 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지난 수년동안 「탄불갈이 4부제」에 시달려온 수많은 서민층 주부들로서는 「2부제 연탄」이 개발돼 빈번한 탄불갈이에 따른 불편과 고통으로부터 풀려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기쁜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얼핏 기쁜 소식처럼 들리는 이 연탄개량 방침에는 새로운 불안요인이 적잖게 도사리고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우선 규격을 바꾼다고 해서 반드시 연탄의 질이 나아진다는 확고한 보장이 없다.
현재 사용중인 3.6kg짜리 연탄을 만들 때도 『크기는 작으나 열효율 면에서 월등히 뛰어난다』고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도 소비자들은 새 탄에 맞추기 위해 아궁이를 헐고 화덕을 바꾸느라고 법석을 떨었다. 그것이 불과 3년전의 일이다.
그런데도 그뒤 연탄의 질은 그전보다 더욱 나빠지고 연탄을 둘러싼 주부들의 불만은 갈수록 가중돼 왔지 않은가. 새로 나오는 연탄의 질이 또 떨어진다면 그것은 결과적으로 탄값 인상으로 서민가계에 부담만 무겁게 하는 꼴이 되고 말것이다.
따라서 질 좋은 연탄을 만들기 위해서는 규격을 바꾸는 것 못지 않게 질 관리를 철저히 함으로써 연탄의 불량화를 막는 일이 더욱 중요함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연탄의 질이 나빠진다고 그때마다 자꾸 더 큰 연탄을 만들 수는 없는 문제다.
원래 가정용 연탄은 작고 가벼우면서 열량이 많은 것이 이상적이다. 이것은 조석으로 연탄을 다루는 주부들의 고역을 덜어주고 건강을 위하는 일이기도 하다.
저질탄 문제는 원탄의 질이 기준에 미달하여 생기는 것이지만 제조과정에서 개입되는 업자들의 농간만 철저히 단속한다면 상당히 개선할 수 있는 문제다.
성수기만 되면 무게가 모자라고 또 강도가 약해 자칫하면 깨지는 불량연탄이 판치는 현상이 모두 제조업자의 횡포 때문에 비롯되는 것이다.
연탄이 서민용 기초연료로서 생활영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할 때 제조업자의 농간은 엄격히 제재돼야할 것이다.
이와 함께 근본적으로는 석탄산업의 육성·광산보안시설의 확장· 채탄의 기계화를 통해 심층에 매장된 양질의 원탄을 캐내는데 주력하지 않으면 안된다.
연탄값은 해마다 오르는데 탄질은 자꾸 떨어지는 사태를 막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할 때다.
이러한 근원적인 노력과 대책이 없는 한 아무리 규격을 늘리고 바꾸어 개량탄을 개발한다 해도 얼마 못 가 또 새 연탄을 필요로 하는 악순환을 면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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