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충분한가…도의 교육|국민교 경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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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바른 생활」 (도의)을 가르치면서 일선 교사들이 가장 범하기 쉬운 것은 선생의 말과 그후의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점입니다』-. 모방과 감수성이 예민한 어린이들은 이 같은 경우 교사들을 불신하는 것은 물론 교사들 자신도 이중인격을 갖게된 것이 아닌가해서 정신적 갈등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는 것이다.
최근 시책이 바뀐 혼분식 정책만 해도 교사들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다.

<달라져야 할 「지침」>
지금까지 「바른 생활」 교과서에서는 혼분식에 대해 「국민 보건과 건강을 위해 혼분식을 해야 한다」고 권장, 「쌀 부족」이라는 직접적인 원인을 은폐한 채 점심시간마다 도시락 조사까지 해왔다. 그러나 올해부터 쌀의 자급자족이 이루어져 혼분식이 자율화됨에 따라 종래의 이 같은 교육 지침은 바뀌지 않을 수 없어 어린이들은 「멋대로 휘둘린 느낌」을 가질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어린이들에게 기초적인 실천 예절을 몸에 배게 하기 위한 도의 교과서, 「바른 생활」은 6년 동안 12권으로 나뉘어 예절·개인·사회·국가·반공 등 5개 영역에 걸쳐 42개 덕목을 가르치고 있다.
이들 42개 덕목은 학년별 단계에 따라 대략 1·2학년, 3·4학년, 5· 6학년 등 3단계로 나누어 단계마다 42개 덕목을 한번씩 다루도록 해 6년 동안 적어도 세번은 반복되도록 꾸며져 있다.
그러나 실제 6년간의 교과 과정에는 정직이나 좋은 버릇 기르기 등 기본적인 인격 형성에 골격을 이루는 요소보다는 국가관에 대한 내용이 훨씬 많아 일부에서는 도의 교과서가 「국민 독본」 같은 인상을 준다고 지적하는 학자도 있다.
M국교의 한 교사는 실제로 현행 교과서 전 과목에 나타난 덕목별 반복 횟수를 ▲좋은 버릇 3 ▲가치 판단 능력 5 ▲정직·성실 7 ▲미풍양속 3회 등 인격 형성에 관한 부분이 적게 취급된데 비해 ▲국가 발전 12 ▲국민 긍지 13 ▲국가 발전 협력 12 ▲공산 침략 분쇄 15 ▲공산당 만행에 관한 적개심 9 ▲국가 의식 고취 15회 등으로 나타나 있다고 분석, 균형을 이루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국민 독본과 흡사>
국민학교 전 교과 과목이 도덕에 기초를 두어야 하기 때문에 덕목별 빈도만 꼭 따져야 하느냐는 것은 문제가 되지만 개인이나 사회 생활에 비중을 두어 지나친 개인주의의 지향을 막고 국민적·사회적 사항들-예컨대 자연 보호에 관한 것이나 천연기념물 애호 등에 관한 내용을 충실하게 넣었어야 했다는 것이다.
또 현실적으로 1주 2시간만으로는 기초 예절과 함께 국가 및 안보관을 갖출 수 있도록 가르치기에는 시간이 부족할 것 같다.
『국어나 사회 생활 시간에 국가관 확립을 위한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은 물론입니다.
「프랑스」 일본 등 각국에서는 국어가 전 교과의 40∼50%를 차지하는데 우리나라는 27% 밖에 안돼 국어 교육을 통한 주체성 함양에 소홀한 편입니다.
따라서 주체성이나 국가관 확립 등에 관한 내용은 국어와 사회 생활 교과의 폭을 넓혀 활용토록 하고 도의 교과서는 기본적인 인격 형성에 필요한 내용으로 보완했으면 합니다.』 (C국교 P교사) S국교 K교사는 예화와 그림을 통해 어린이들을 지도하는 교과서에서 나쁜 내용을 굳이 그림으로 나타낼 필요는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어린이들의 생활이 발랄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뒷받침 해 줄 일이지 너무나 많은 「금지 사항」을 요구하는 것은 어린이 정서를 해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됐다.

<시간이 모자란다>
덮어놓고 『…하지 말라』는 식으로 교사가 감독자의 입장에서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거리감만을 넓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M국교 H교사)
1학년 2학기 것과는 「조심조심」으로 시작된다.
-길조심, 차 조심, 신호도 조심, 친구와 놀 때도 조심, 그네를 탈때나 미끄럼틀에도 조심, 병에 걸리지 않게 조심, 음식도 조심, 조심. -이 같은 「조심」은 학년이 높아질수록 『…해서는 안 된다』 『…해야 한다』는 계율 형식으로 바뀐다.

<내용 전달 단순해>
『어린이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창의력과 안정성을 가꾸어 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지 못한 어른들의 자책이 이 같은 형태로 나타나게 된 것 같아요.』 (K국교 L교사의 설명)
현행 교과서는 동화체나 동요체·설화·일기 등의 방법을 도입, 편찬했기 때문에 어린이들이 지루한 감을 갖지 않고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는 있으나 내용 전달이 단순해 깊이가 없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번 읽어보는 것으로 끝나기 쉽다는 것이다. 따라서 4학년 이상의 수준에만 올라가도 덕목 요소를 파헤치고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어린이들 스스로가 해답을 내도록 하는 탐구 학습으로 개편되어야한다는 주장이다. (B국교 P교사)
따라서 국민학교 어린이들의 도의 과목은 지적인 이해나 암기보다는 감화를 통해 행동 변화를 일으킬 수 있도록 유도돼야 한다는 결론이다. <전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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