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46)「프로」문학붕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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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30년대 초반 3, 4년간에 걸쳐서 문단「저널리즘」 의 큰 화제가 된 것은 「카프」진영의 내부적인 분열과 함께 대두되기 시작한 전향설이었다. 무엇인지 「전향」의 뜻이 오늘의 독자들에겐 생소한 이야기 일는지 모른다. 전향설은 그때의 시대적인 의미를 가진 특수한「스토리」이기 때문이다.
제1차 「카프」검거사건이 31년에 있었다는 것은 이미 이야기한 바와 같다. 우선 그 사건은 「카프」진영에 대해서 치명상을 안겨준 결과가 되었다.
32년에 접어들면서 「카프」진영안에는 문학운동의 전략에 대한 의견대립이 생겼다는 것도 이야기한 바와 같다.
임화등이 만주사변이래 의부정세가 악화되어가는 불리한 조건속에선 문학운동을 이끌고 반지하로 들어가야 한다는 강경론을 편데 반하여 박영희등은 같은 저서애 대한 해석으로서 방법을 완화하여 어디까지나 합법적인 문학운동을 해야한다, 문학운동을 어떻게 지하에서 할 수 있느냐하는 반론으로 맞선 것이다.
이와같은 의견의 대립은 날이 갈수록 확대되어 갔다. 차차 찬반을 하는 문학인들의 숫자가 늘어가면서 「카프」내부 분열의 위기를 맞이한 것이다. 이때 「카프」의 주권을 쥐고 있던 것은 임화측이었기 때문에 임과 의견이 맞지 않는 사람들은 결국 「카프」로부터 이탈하는 편으로 기울어져 박영희를 선두로해서 여러사람이 가담을 하게 되었다. 이때 그이탈파의 사람들을 가리켜 「전향파」라는 이름을 쓰게된 것이다.
그런데 이 전향기의 특징은 우선 양파가 갈려서 서로간에 논쟁을 벌였다는 사실이다. 그 논쟁은 직접 지하냐 지상이냐 하는 전략론이 아니라 과거의 「카프」적인 문학운동 자체에대한 변호와 비판의 의견대립이었다.
시인 신석초가 그시절 「신유인」이라는 이름으로 비평가의 활동을 한일도 독자들중에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신유인은 그때 새로 등잗한「프로」문학비평의 신예로서주목을 끌었다. 그는 개인적으로도 박영희와 가까운 사람이었다.
그는 회월편에 서서 『유물변증법적인 창작방법의 정당한 이해를 위하여』와 같은 논문을 통해 과거 「프로」문학의 공식주의적인 문학론을 비판하고 나섰다.
안막이 ?백이란 이름으로새로운 창작방법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내 자신이 33년에 『인간묘사시대』를 조선일보에 발표하여 물의를 빚은것도 그와 관련이 된다.
문학이 지나치게 정치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되며 인간묘사의 대지로 들아와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이와같이 「카프」파의 문학은 32∼34년에 걸쳐 크게 동요하고 있었다. 내면에 있어서는 「프로」 문학운동의 전략에 대한 견해의 대립이 커가고 있었으며 「저널리즘」을 통해서 나타난 객관적인 문학이론으로선 과거 「프로」 문학의 그릇된 문학관에 대한 수정론이 크게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결과는 드디어 「카프」진영의 분일사태로 발전했다. 32년말에 회월·신유인동은 정식으로「카프」에서 이탈하기 위한 탈퇴계를 「카프」에 냈는데 수리가 안되고 반환되었다. 그렇게되자 회월은 내부적으로 해결이 안되기 때문에 이번에는 공공연하게 신문지상에 그 탈퇴성명에 해당하는 논문을 발표하였다. 그것이 34년 동아일보지상에 발표된 『최근 문예이론의 신전개와 그 경향』이란 글이었다.
이 글에서 회월은 지난 10년간의「프로」 문학에 대한 총비판을 내리고 난 끝에 『얻은것은 「이데올로기」요, 잃은 것은 예술이었다』고 했는데 이것이 유명한 말이되었다. 이 글은 당시 전향론으로서 대표적인 것이라고 할 수있다.
이상과 같은 것이 30년대 전향시대의 이야기가 되는데 그때 그 전향시대의 뜻을 내 체험을 넣어서 그 동기를 분석하면 두가지의 면이 다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첫째는 당시의 전향파가 표면적으로 결코 그런 이야길 하지않았지만 실제로 그들의 전향심리에는 당시의 악학일로에 있는 외부정세, 구체적으로는 31년의 제1차「카프」사건이래 일제의 노골적인 탄압정책을 기피하는 위축감에서 온것이 우선 부인할 수없는 사실이던줄 안다.
둘째는 그렇다고해서 외부경세의 이야기만가지고 전향론이 성립될 수 없고 회월이 지적한대로 지난 10년간 「프로」문학이 문학론으로서 문학을 정치의 도구로 전용해온 문학론상의오류가 이때의 전향론을 합리화시키고있는 것도 사실이었다.그리하여 「프로」 문학은 실지로는 34년에 와서 붕괴의 위기를 스스로 자초하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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