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콜 개발 양면 프라이팬 160억 대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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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TV홈쇼핑 시장에서 한 중소기업이 만든 주방용품이 대박을 터뜨렸다.

부산시 사상구 감전동에 있는 ㈜해피콜이 개발한 양면 프라이팬 '해피콜 쿠킹세트'가 지난해 55만개(1백60억원어치)가 팔리고 올해도 스테디 셀러가 되고 있는 것. 이 양면 프라이팬은 생선을 구울 때 나는 냄새, 연기, 튀는 기름에 대한 걱정을 해소한 제품이다.

이현삼(38) 사장은 "뚜껑이 덮인 프라이팬이 생선 수분의 증발을 막아 생선을 딱딱해지지 않게 구울 수 있는 것도 장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李사장은 부산에서 주방용품 매장을 운영하다 1999년 ㈜해피콜을 설립하고 프라이팬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국내 프라이팬 시장에서는 좋은 제품만 만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李사장은 국산과 수입 양면 프라이팬이 모두 냄새.연기.기름 튐을 완벽하게 없애지 못했다는 것을 파악한 뒤 전 재산인 10억원을 투자해 이 문제 해결에 매달렸다.

그러나 이 과정은 쉽지 않았다. 팬을 뒤집으면 기름이 흘러내렸고 양면을 밀착시켜주는 실리콘이 고온에 녹아내리기 예사였다. 회사는 부도 위기까지 몰렸다.

그는 어음할인을 해가면서 버티는 한편 고온에 견딜 수 있는 특수 실리콘을 수소문했다. 결국 미국 다우코닝사와 거래를 하고 있던 양산의 한 실리콘 업체에서 원하던 실리콘을 찾을 수 있었다.

李사장은 "실험용으로 구은 생선만도 수천마리가 넘어 '생선 박사'가 됐다"고 말했다.

가까스로 제품 개발에 성공해 한국과 미국에 특허까지 냈지만 판로가 문제였다.

李사장은 "당시 홈쇼핑사는 마진이 작은 국산 주방용품은 취급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해놓고 있어 가는 곳마다 퇴짜를 맞았다"고 말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는 심정으로 농수산쇼핑에 매달려 "국산 주방용품을 살린다는 생각으로 외면하지 말라"고 끈덕지게 애원한 끝에 방송이 허락됐다.

첫 방송 한시간 동안 2억원어치가 날개돋친 듯 팔렸다. 그러자 매주 1회 고정 편성됐고 다른 홈쇼핑사들의 납품 요청도 잇따랐다.

해피콜은 농수산쇼핑에서 지난해 히트상품 1위에 올라 우수협력업체상을 받았고 CJ홈쇼핑에서는 히트상품상을 수상했다. 오는 23일 일본의 QBC 홈쇼핑 방송에 처음으로 나갈 예정이다. 일본 홈쇼핑 주방용품 시장의 문을 열어보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일본 요리사와 함께 방송에 출연해 요리와 제품 설명을 할 계획이다.

그는 "일본 시장에 대한 기대로 올 매출목표를 5백억원으로 잡았다"며 "일본에서 성공하면 내년에는 미국 또는 중국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말에 부산시 사상구 모라동에 1천4백평 규모의 제4공장이 완공돼 그동안 물량이 모자라 진출하지 못했던 백화점과 할인점에도 제품을 공급할 예정이다.

부산=김관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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