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지에 잃은부모...눈물도 마른 3남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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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충남서산군음암면상홍저수지의원기성씨 (37) 일가족 5명 연쇄익사사고는 행정당국의 무방비와 무지가 빚은 참사였다.
둘레8km 18만평 깊이가2∼5m나 되는 위험한 저수지에는 감시원이라고는 단1명뿐. 그나마 구조장비로 쓸 배1척도 제대로 없는 무방비 그대로였다.
상홍저수지에서는 최근3년동안 9건의 익사사고가 일어났으나 위험표지판조차 없었다.
3대에 걸친 한가족의 희생으로 원씨의 3남매 미연 (12 서동국교4년)·미화 (6)양·덕연군(3)은 졸지에 고아가됐다. 하지만 미연양만 이슬픔을 어렴풋이 알뿐 남매는 그것도 몰라 보는 이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했다.
사고가난 18일에도 도연군 (8·서동국교1년)은 이웃집 김현태군(9)과 함께 다른날처럼 점심을 먹고 썰매를 타러집에서 50m쯤 떨어진 저수지로 나갔다.
도연군의 가족은 8식구. 평소처럼 어머니 이혜자씨 (36) 는 집에서 소여물을 썰고 할아버지 원봉안씨(70)·할머니 김이분씨(61)는 미연양등 3손자·손녀와함께 방에서 쉬고있었으며 아버지, 원씨는 2백여m쯤 떨어진, 이웃마을 유병남씨 (60)의 아들 결혼식 잔치에가고 없었다.
사고는 갑자기 얼음에 금이 가며 앞서가던 도연군이 한가운데 얄팍한살얼음으로 덮여있는 얼음구멍속으로 빠지며 일어났다.
현태군은 뒤따라가다 이모습을 보고 겁에 질려 도연군의집으로 내달았다.
제일먼저 도착한 어머니 이씨가 뛰어들었으나 수심이 5m나 되는데다 옷에 찬물이 휘감겨 그대로 얼음밑에 잠졌다.
이를 본 할머니 김씨와 할아버지 원씨등이 며느리와 손자를 건져내려고 차례로 뛰어들었으나 모두 허사였다.
아버지원씨가 미연양의연락을 받고 30분쯤위 현장에 도착, 옷을 훌훌 벗어부치고 주민들의 만류도 뿌리친채 차가운 물속으로 뛰어들었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이마을에 사는 저수지 관리인 문기억씨(40)는 사고를 까망게 모른채 뒤늦게 나타났으나 배1척없이 시채인양에는 손을대지못하고 마을사람들과 얼음이꺼진 구덩이만 바라불 뿐이었다.

<서산=임병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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