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현실감 부각에 성공 TBC『서울라는길』|배경설명 모자라 아쉬움 KBS『눈이나리네』|구상 좋았지만 정감 부족 MBC『고요한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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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각 TV국들은 성탄절을 맞아 다채로운 특집「프로」를 마련하였는데 그 중에서 성인층 시청자의 관심을 끈 특집극들은 대체적으로 저조했던 것 같다.
○…TBC-TV의 『추적』 특집 「프로」, 박일목극본, 전세권연출의 『서울로 가는길』 (24일 밤7시)은 목숨을 걸고 귀순해온 북괴소년병을 통해 남북으로 갈라진 민족분단의 아픔을 극적으로 그리고 있다. 북괴의 지령에 따라 서울에 잠복해 있던 고정간첩들이 입원해 있는 소년병을 암살하려는 상황묘사가 곁들여 더욱「드릴」을 느끼게 했다.
또 소년의 할머니를 찾아내 서로 만나게 하는 마지막 「시퀀스」는 중계방송실황을 적절히 사용함으로써 강한 현실감을 주는데 성공하였다. 반공수사 「드라머」의 어려움은 바로 어떤 방법으로「현실감」을 부여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며, 「작위적인 부분」과 「사실적인 부분」을 함께 내포하고 있는 이「드라머」는 그런 측면에서 하나의 좋은 본보기가 될 수있을 성싶다.
○‥KBS-TV는 성탄절 특집극「루터런·아워」 50만원현상 당선작(이혁극본)인 『눈이 나리네』(23일밤1O시4O분)를 김수동기획 김충길 연출로 방영하였다. 실직으로 인해 실의와 열등의식에 사로잡혀 헤어날줄을 모르는 남편으로 하여금 삶에 대한 새로운 의욕을 북돋워 주기위해 온갖 정성을 기울이는 착하고 슬기로운 「아내상」을 그린 건실한 「드러머」였다.
내용이 매우 건실하고 묘사가 진지한 점은 호감이 갔으나 「스토리」자제가 상식적인 수준을 넘어서지 못해 아쉬움을 느꼈다. 「실직」의 원인이 무슨 치명적인 것이라면 몰라도 다시 직업을 갖기위해 애쓰지 않고 고민만하는 까닭이 무엇일까하는 의문이 일고 그것이 공감도를 약화시킨 것같다. 그리고 남녀주인공의 연기가 좀 더 밀도가 있고 생명감이 흐르는 열연이었더라면 한층 정감이 조성되지 않았을까 여겨진다.
○…MBC-TV는 제3백35번째 『수사반장』을 성탄특집으로 하여 윤대성극본, 이연헌연출의 『고요한 밤』편 (25일 밤8시40분)을 방영하였다. 「크리스머스·이브」를 배경으로 하여 이땅에 태어난 흑인혼혈아들의 소외감이나 설움이 거칠은 반발심을 일으켜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사건을 중심으로 휴일이 없는 수사원들의 노고와 인간적인 온정을 그리고있다.
작가 스스로가 착상을한 것을, 닭이 알을 품듯이 충분히 구상한 끝에 써낸 극본이 아닐 경우에도 뜻밖에 좋은 성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대개는 앙상한 「뼈대」만이 노출될 뿐이고 「정감」이 흐르는 표현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것이 보통이다. 『고요한 밤』도 그런 경우가 아닌가 싶다.
정일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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