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원 「세미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우리나라에는 연립식 주택이라는 게 있다.
연립식 주택은 한 지붕 밑에 두 집이 들어 있다. 지붕도 하나요, 벽도 하나인데 서로 붙어 있는 것이다. 겉으로 보면 꼭 한 집이다.
그러나 속으로 들어가 보면 완전히 독립된 두개의 집이다. 비록 한 지붕밑이라 해도 두 가구 사이에는 두터운 벽으로 막혀 있다.
서로는 전혀 왕래가 없다. 각기 마당이 다르고 대문도 다르다. 그러니까 겉으론 한집 안식구지만 완전한 남남이다. 얼굴을 마주치는 일도 1년 내내 거의 없다.
꼭 우리네 남북 관계를 상징하고 있는 것만도 같다. 물론 우리네 남북은 처음부터 연립 가옥식이었던 건 아니다.
연립식 가옥은 건축비를 절약하기 위해 고안된 건축양식이다.
그러나 우리네 남북은 그렇지가 않다.
처음에는 어엿한 단독주택이었다.
그게 나중에 연립식 가옥처럼 안방과 건넌방 사이의 마루가 막혀 버린 것이다. 물론 뜰도 막히고. 한집에서 살던 한식구가 남남처럼 갈라 살게 되었다. 그것은 처음부터 연립주택에 들어 사는 두 가족과는 다르다.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유대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한뱃속, 같은 핏줄이라 해도 너무 오래 등지고 살면 남남보다 더 서먹해지게 마련이다.
서독과 동독도 우리와 비슷하게 연립식 주택에 살고 있다. 처지도 비슷하다. 지난 70년에 「브란트」서독 수상은 이렇게 의회에서 보고했다. 『독일 땅위에 있는 두 개의 국가는 이웃해 있을 뿐만 아니라 수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한민족의 부분들이다. 우리는 이 두국가 사이를 갈라놓고 있는 실제 문제에 가능한 한 이성적으로 접근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러나 여기에 대해 「슈토프」동독 수상은 즉각 반박문을 보냈다.
『독일 분단의 책임은 오직 서독과 서방 강대국들에 있다. 따라서 독일 연방 공화국의 지배 집단들의 이기심에 의해 희생당했고 20년전부터 이미 존재치도 않은 「민족의 단일성」을 말한다든가 「민족의 단일성」을 수호하고자 한다는 것은 근거가 없는 일이다」라고.
결국 너는 너, 나는 나라는 것이다. 하는 수 없이 서독에서는 「통일」운운은 이제 잠깐 덮어두고 오직 동독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법의 체계」를 일일이 기록해 두는 데만 힘쓰고 있다.
최근 국토통일원 주최로 열린 『민족사의 이념』 「세미나」에서 보면 북괴도 「슈토프」와 똑같은 얘기를 해 오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연립식 주택에서 우리가 살수는 없을 것이다. 비록 지금은 두터운 벽으로 가로막혀 있다 하더라도 그들도 우리의 한 식구임에는 틀림이 없다.
우리만이라도 이런 것을 생각하며 잘사는 토대를 구축하는 게 최선의 길인 것 같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