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세계적인 발레댄서「누레예프」 전라로 영화에 출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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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런던=장두성 특파원】세계적인 명성의 1급「발레·댄서」인 「누레예프」가 영화에 주연으로, 그것도 전라로 출연했다고 해서 요즘 구미에서는 대단한 화제가 되고 있다. 「루돌프·누레예프」가 미국 「유나이트」영화사가 제작한 영화 『발텐티노』에서 주인공으로 출연, 1920년대 세계 여성의 이상이었던 미남 배우 「루돌프·발렌티노」로 분한 것이다.
현재 「런던」을 비롯한 구미 각 도시에서 개봉되고 있는 이 영화는「팬」들의 찬반양론이 팽팽한 가운데 「발레」계의 「톱·댄서」가 극영화에 출연한 것은 처음이어서 갖가지 화제를 낳고 있다.
영화 『발렌티노』에서는 「발렌티노」생전의 「히트」작품이었던 『시크』(192l년)의 촬영장면이 나온다. 「세트」로 된 천막 속에서 「발렌티노」(「누레예프」분)와 나중에 그의 아내가 된 「나타샤·란보」(가수「미셀·필립스」분)의 열렬한 「베드·신」이 나오는데 두 사람 모두 전라로 나와 「누레예프」의 「팬」들이 보면 기절할만한 장면이다.
유려한 몸매의 생전의 「발렌티노」와 건강미 넘치는 남성 무용수 「누레예프」의 공통점은 사실상 이름이 「루돌프」라는 것 외에는 거의 없다. 「발렌티노」는 전형적인 「라틴」계이고 「누레예프」는 전형적인 「슬라브」계로 머리카락도 검지 않다. 똑같이 「섹스·어필」하지만 그 종류가 다르다.
올해 39세인 「누레예프」는 아직 독신. 극성스런 여성「팬」들이 공연 때마다 몰려들지만 눈길을 보내는 법도 없다. 그의 「발레」의 새로운 소재들은 「호모」의 세계다.
「니진스키」이래 최고의 「발레·댄서」로 불리는 「누레예프」는 1938년 「소비에트」 「이르쿠츠크」출신. 17세때부터 「레닌그라드·발레」학교에 입학, 졸업 후 「키로프」극장의 재능있는 「솔리스트」「발레·댄서」로 활약해 해외에 명성을 떨쳤다.
1961년 여름 「키로프·발레」의 「유럽」공연에서 크게 「쿨로스업」되었다. 그때 「파리」에 망명, 62년 「마고트·폰테인」의 상대역으로 『지젤』에 출연한 것을 인연으로 영국 「로열·발레」의 「게스트·댄서」가 되어 세계순회공연을 함으로써 명성을 얻었다.
한편 「마고트·폰테인」은 「누레예프」가 소련에 남아 있는 가족(어머니와 두 누이)들을 보고 싶어하자 최근 1만7천명이 서명한 진정서를 「코시긴」소련수상에게 보냈으나 소련관리들은 가족들의 출국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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