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親盧 신주류 대거 반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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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라크전 파병 동의안이 2일 국회를 통과했다. 두차례 처리가 연기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끝이다. 오전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일대를 에워쌌던 시민단체와 시위대는 오후에 파병안이 통과되자 국회 정문 앞으로 몰려들어 격렬하게 항의했다.

◆민주당 신주류, 대거 반대=파병안에 반대한 의원 68명 가운데 43명이 민주당이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해온 신주류가 대거 반대표를 찍었다.

신주류의 핵심인 천정배.신기남.이해찬.이호웅.정동채.신계륜.김희선.이미경 의원과 송영길.임종석.오영식 의원 등 '386세대'의원들이 반대 투표했다. 신주류 중에서 찬성 표를 던진 사람은 김원기.정대철.추미애.정동영 의원 등 소수였다.

그래서 "盧대통령은 파병을 결정하고 신주류들은 반대해 실리와 개혁 이미지를 다 얻으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이 정치권에서 나왔다.

한나라당에선 이부영.김부겸.이성헌.김홍신 의원 등 진보적 성향의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졌다. 이들 중 상당수가 수도권에 지역구를 갖고 있다.

자민련에선 안동선 의원이 유일하게 반대 투표했다. 한나라당 박종희 .민주당 문석호 대변인은 나란히 반대표를 찍어 눈길을 끌었다.

◆반전파, "치욕의 날로 기억될 것"='평화.반전 의원 모임'은 표결 후 낸 성명에서 "인류를 향한 사랑의 대열에 함께 하지 못한 데 책임을 통감한다"며 "오늘은 우리 국회가 평화의 길을 버리고 전쟁의 길을 선택한 치욕의 날로 기억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본회의에선 여야 8명의 의원이 불꽃 튀는 찬반 토론을 했다.

민주당 정범구 의원은 "명분 없는 침략전쟁에 참전한다면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경우 어떻게 세계 여론의 지지를 받아낼 수 있겠느냐"고 했다.

김근태 의원은 "파병을 담보로 북핵의 평화적 해결을 약속했다지만, 그것은 미국이 이라크전에 발목을 잡혀 있는 동안일 뿐이며 시간이 지나면 공수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찬성론자들은 국익론으로 맞섰다. 육군 대장 출신인 한나라당 박세환 의원은 "7백명 내외의 공병대를 보낸다는 것은 한.미동맹의 지속 비용으로 생각해야 한다"며 "미군은 한국전 당시 1백78만명을 투입했고 지금도 한반도 안보를 위해 3만7천여명의 병력이 주둔하고 있다"는 현실론을 폈다.

이정민.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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