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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공산 사회의 민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우유를 썩인 「요구르트」한 그릇을 단숨에 먹어 제치곤 기분 좋다하는 시늉을 하니까 집 주인 딸 「비올레타」가 달라지도 않았는데 한 국자 더 떠다주면서 이걸 이 나라 말로 「키셀로·밀야코」라고 하는데 그 효과는 이거다 하면서 엄지손가락을 뻗쳐 올려 내민다. 그 효과야 정말 어떤 식으로 나건 말건 무엇보다 사람 대하는게 큰 「호텔」에서처럼 그저 방 번호 취급이 아니여서 좋다.
『민박집에 가시면 오히려 여러 면에 나을지도 모를 텐데요 뭐.』하던 「말칸·튜리스트」 색시의 말이 맞긴 맞다. 방이야 호화 「호텔」보다 날건 없어도 「서비스」는 큰 「호텔」에 댈게 아니다. 다루는 인수가 적고 보면 손님이 그저 「수」로서 뿐만 아니라 「인」으로서도 보이게 되는 건가 보다.
인수라고 해야 손님은 나 하나 뿐. 침실에 침대가 3개만 있는 걸로 봐 만원이 된대도 세 사람 밖에는 못 재우는 셈이다. 하루 숙박료는 22「레바」 (1「레바」=0·95「달러」). 그 중 얼마만큼을 국영 관광 공사에 소개 수수료로 바치는 진 몰라도 이곳 상업 노동자의 평균 월 수입이 1백70 「레바」라고 하니까 한 식구 부업으로선 심심치않은 벌이다.
더우기 식구라야 연금 생활하는 부모와 「비올레타」를 합쳐 셋, 관광 「붐」덕으로 한겨울을 빼놓곤 거의 손님이 그치지 않는 다니까 흰죽 한 그릇쯤 덤으로 더 떠줄 만한 물질적인 여유도 여유려니와 정신적인 너그러움도 생길 만도 하겠다.
모든게 대규모화돼 가면서 인간이라는게 곧잘 무슨 통계 계수 신세가 되어버리기 일쑤라는건 서방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여기서 이「이스크라·판체바」 할머니 집 같은게 한결 유달리 특이한 존재로 돋보이게 되는 건 모든게 대규모화 돼 있을 뿐만 아니라 집단화, 국·공영화 돼 있는 사회주의적 환경과의 대조 때문이기도 하다고 느껴본다.
또 먹는 얘기지만 저녁엔 가장 「불가리아」적인 음식이라는 야채와 육류 범벅 「규베치」와 냄새가 우거지국같이 구수한 「이맘발디아」로 대접을 받는다, 「이맘발디아」는「터키」말로 「기절한 신부」. 하도 맛이 좋아 정신없이 먹다가 너무 먹어 까무러쳤다는 고사에서 나온 이름이라고 「비올레타」가 왕개구리 같은 배를 안고 넘어진 신부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을 해준다.
구수한 맛이 토산 술 반주와 안성마춤이라 「기절한 신부」로 배를 채우니 얼핏 청진동 해장국집 맛 도나 나쁜 기분이 아니다.
침실에와 2개의 빈 침대가 마음에 걸려 뒤적뒤적하다보니 책장엔 영어로 된 책도 한권 있다. 『「네오·트로키스트」의 진상을 벗긴다.』 반 「페이지」도 못 읽어 잠이 저절로 온다.
이것도 배려라면 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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