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당 60만원의「아파트」값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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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금년 들어 가장 폭등한 것이「아파트」값이라 할 수 있다. 지난 3월만 해도 평당 40만원 선이던「아파트」분양가가 9월 들어 60만원을 돌파했다. 이렇게 높은 분양가로서도 바로 사는데 추첨 경쟁률이 대개 30∼50대 1에 이르고 있다.
「아파트」경기를 기화로「아파트」업자들의 횡포도 매우 심하여 입주 8∼10개월 전에 집 값의 80%를 내야 한다.「아파트」업자들로 보면 남의 돈으로 위험 부담 없이 장사를 하는 셈이다.
비싼 돈을 주고「아파트」를 사기만 하면 당장 그 자리에서 몇백 만원의「프리미엄」이 붙는다니 비정상이라도 보통 비정상이 아니다.
아무리 「아파트」값이 수용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지만, 이토록 심한 비정상을 이룩한 데는 정부의 책임이 중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근원적으로 막대한 유휴 대금을 파생케 한 통화 정책의 실패다.
9월말 통화는 연율 47%에 이르렀으며 투기를 찾아다니는 투자만도 2천억 원을 상회한다.
이런 투자와 과잉 유동성은「인플레」심리를 만연시켜「아파트」투기에 불을 지른 것이다.「아파트」값 상승은 실수요자 보다 매매 차익을 노린 전매 자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주택정책에 있어 가격 안정보다는 실적달성에 치중한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
어떻든 주택을 많이 지어야 되겠다는 의욕 때문에「아파트」업자에 대해 너무 관대한 점이 없지 않다.
다른 공산품의 경우는 10%이하로 가격을 인상하려 해도 정부의 심한 규제를 받는데 「아파트」의 경우는 분양가가 금년 들어 50%가까이 올라도 별 신경을 안 쓰는 것 같다. 만약「아파트」값이 물가 지수에 반영된다면 이토록 관대했을까 하는 추측도 낳게 하고 있다.
분양가가 금년 들어 6개월 동안에 50%정도 올랐지만, 거기에「프리미엄」이 붙어「아파트」값은 50∼80%가 올랐다.
금년 들어 주택경기가 일어난 것은 다행한 일이지만, 집 값이 크게 올라 집 없는 사람이 내집 갖기는 더 어려워진 비리를 낳았다.
생활의 가장 기본이 되는「아파트」값이 이토록 올랐는데 물가가 10%대로 유지된다고 아무리 장담한들 대다수 국민들에겐 공허한 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을 것이다.
현 물가 통계 작성 상「아파트」값 상승은 물가지수에 반영되지 않는다.「아파트」값을 물가에 반영시킨다면 10%의 물가 억제 선은 벌써 돌파되었을 것이다.
정부가「아파트」값에 관대한 것은 물가지수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오해도 나올 만 하다.
「아파트」값이 이토록 상승함에도 불구하고 상당한「아파트」건축 신청이 행정 절차 때문에 정부에 의해 묶여 있다 한다. 물량공급 확대를 저해하는 요인을 서둘러 제거해야 할 것이다.
「아파트」의 폭등에 따라 일반 주택 값도 많이 편승 인상되었다.
「아파트」값의 상승은「시멘트」·골재·목재·임금 등「코스트」상승에도 일부 기인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아파트」값은 원가 상승 요인을 훨씬 앞지르고 있다는 점에서 투기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최근 들어선 주택이 부동산이라 기 보다 동산에 가깝다.「인플레」기엔 주택이 재산가치 보전 및 증식수단으로서 흔히 이용되지만, 요즘은 그 정도를 훨씬 넘어 투기의 주 대상이 되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아파트」의「프리미엄」과 가격 폭등은 일부 층의 엄청난 불로 소득과 그 대가를 치러야 하는 다른 층의 고통스런 희생과 부담을 의미한다.
불로 소득은 일부 가진 투기 층과 「아파트」업자가, 또 희생은 적은 월급을 쪼개어 집을 마련하려는 계층이 져야 한다. 이는 재산소득과 근로소득의 격차를 넓혀 사회적 단층을 더욱 심화시킨다.
인간생활의 가장 기본이 되는 주택마저 투기에 짓 밟혀 억울한 피해를 볼 때 사회적 불만과 좌절감은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파트」값 안정은 경제적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사회적·정치적 측면에서도 큰 비중을 갖는 만큼 정부는 여기에 좀 더 신경을 쓰고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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