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위주의 제도·관습 재검토할 때|이만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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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근 수년간은 한국 사회가 급격히 변화하는 시기였다.
첫째는 인지반도가 공산화되고 미 지상군이 한국에서 철수한다는 것이 현실화하여 안보에 관련된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한국의 경제적 상황이 극히 호전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때에 한국인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가 하는 것을 안다는 것은 흥미가 있을. 뿐만 아니라 아주 긴요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사회의식의 조사라고 하지만 엄격히 말해서 의견조사이며, 사람들의 의식은 경우에 따라 의견으로 솔직히 표시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사회적 여건을 적절히 감안한다면 진실한 의식을 이해하는 것이 어려운 것도 아니다.

<소시민생활 호전 안돼>
이 조사에서 느끼는 첫째의 중요한 사항은 생활이 나아졌다는 사람이 응답자의 66%를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그것이 농어촌 주민과 도시의 근로자들에 있어서 현저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60년대 말에 있어서 사람들은 도시와 농촌의 격차를 떠들고, 경제성장이 누구를 위한 것이냐고 의문을 던졌다. 그러나 이번 조사는 경제성장이 적어도 가난한 사람들의 생활고를 크게 덜어 주었다는 응답을 표시해 주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관리직과 전문직에 있는 사람들의 생활도 나아지고 있어서 사회의 상층에 있는 사람들의 경제사정도 호전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근대적 조직체에 들어 있지 못한 소시민의 생활은 별로 호전되고 있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리하여 오늘의 한국의 사회구조는 점차 중진국에서 보는 형을 취하기 시작하고, 따라서 이제부터 거기서 노출되는 사회문제의 양상도 전과는 많이 달라질 것으로 생각된다.
둘째로 유의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남녀에 있어서의 사회의식의 차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이 조사에서 물어 본 사항이 남녀의 의견의 차가 좁혀지기 쉬운 문제, 예컨대 가정생활이나 일상 주변생활에 관한 것이 많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날 여성의 교육수준이 급격히 향상되고 근대적인 직업에의 진출이나 사회적 역할의 증대에 비추어 어느 정도 ? 가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그들의 역할 수행을 더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 지금까지 남성위주로 설정된 제도·관습·기타의 사회적 조치에 대해서 재검토를 가하고 현실에 맞는 시정이 있어야 할 것이 아닐까 생각되는 것이다.

<여성사회 역할 증대>
셋째로, 한국사회에서 현실에 대한 비판적 태도가 강한 계층은 일반적으로 중산층, 그 중에서도 중의 상에 속하는 사람들이고, 직업적으로는 지적활동을 많이 하는 전문적 직업 종사자들과 대학생들이 아니었는가 생각된다.

<깊이 있는 분석필요>
이 조사에 있어서는 그들의 의견이 전과 어떻게 다르게 나타나고 있으며, 그들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의 비중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가 하는 것이 궁금하다.
네 째로 들고 싶은 것은 자녀의 교육과 교육비가 아주 중요한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은 국가발전과 개인의 성공적인 사회적 적응에 가장 긴요한 요인이므로 그렇게 표시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전의 조사와 비교해서 훨씬 더 그런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지 알고 싶다.
교육이 더 심각한 관심사가 되어 있다면 정부는 그에 대해서 제도적 개선을 비롯하여 획기적인 대책을 시급히 강구해야 하지 않을까 느껴진다.
그밖에 더 말하고 싶은 것은 많지만, 지면의 여유가 없기 때문에 할애하기로 하고 한가지만 결과보고의 방식에 관해서 희망을 말하고자 한다.
그 하나의 희망은 가급적 분석을 깊이 해서 전의 조사 결과는 어떻게 다르며, 또 성·년령·교육수준·생활수준·직업·종교·출신별로도 의견이 어떻게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가를 좀더 자세히 보여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조사자료 널리 활용>
물론 중앙일보는 그런 노력을 어느 정도 하고 있지만 충분하지가 않다.
또 하나의 희망은 귀중한 조사 결과를 몇 차례 기사화 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좀더 시간을 들여서 한 문제, 한 문제씩 분석의 타당성을 비롯하여 응답내용의 사회적 의미에 관하여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가면서 독자로 하여금 생각하는 기회를 갖도록 했으면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될 때 시민들의 사회의식이 더 높아져서 건전한 사회적 참여를 촉구하고 사회문제에 대해서 보다 합리적 해결책을 강구케 하는 동시에 사람들의 상호이해를 증진함으로써 넓은 사회적「콘센서스」에 입각한 통합이 쉽게 달성 될 것이다.

<필자 서울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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