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만큼 문턱도 높은 미 변호사 시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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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의사와 변호사가 미국에서는 가장 좋은 직업으로 통한다. 그러나 의사들은 돈을 벌어서 변호사에게 바친다고 넋두리가 길다. 의사가 진단이나 치료 한번 잘못하여 환자한테서 고소를 당하면 그건 직업상의 인기와 경제적인 재난을 의미한다.
미국의 변호사들이 특히 한세월 만난 것은 「워터게이트」사건 때다. 「닉슨」전 대통령을 선두로 한 모든 관련자들이 변호사 자문료에 막대한 지출을 했고 신문지상에서 「워터게이트」사건을 맡은 변호사들은 연일 지상에 이름을 날려 선전 효과가 대단했다.
이민의 제 1세대들이 자식에게는 법률을 공부시키겠다는 것도 미국 사회에서 변호사가 차지하는 위치 때문이다.
그러나 변호사들의 말을 들으면 그들이 그만한 지위를 누릴 때까지는 변호사 시험이라는 지옥문을 통과했다고 반론을 편다.
미국이 시험 지옥하고는 거리가 멀지만 한국의 사법고시 같은 이 변호사 시험 하나는 그 시험을 치는 당사자들에게는 살인적이다.
이 나라에서는 변호사 시험을 매년 7월과 2월 두 차례씩 친다. 지난 7월에 응시한 사람은 전국에서 3만명. 이틀 동안 자기가 변호사 개업을 원하는 주의 시험장에서 등이 빠지는 고역을 치른 것이다.
1백점 만점에 합격선은 대개 70점. 대부분의 응시자들의 성적이 65점에서 72점 사이에 몰리기 때문에 1점이 아쉬운 것이다. 합격률은 평균 65%.
사정이 이렇게 되면 미국이라고 고시학원 같은 것이 등장하지 않을 수 없다. 「바·리뷰·인스티튜트」(BRI)라는 학원은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고 32개 주에 학원을 가지고 있는데 이 학원의 신세를 지지 않고 합격되는 변호사 지망은 머리가 뛰어나거나 만용의 소유자의 둘 중 하나라는 판정을 받는다.
법과대학 출신들이 3백「달러」의 수강료를 내고 2주 동안의 집중, 단기 강의를 듣는다.
지난 7월의 경우 「워싱턴」에서는 8백 명의 응시자 중에서 6백25명이, 「뉴욕」에서는 3천8백명 중에서 2천명이 BRI에 등록했다.
흑인들은 지금의 시험제도가 인종 차별적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BRI같은 학원을 다녀야 합격이 보장되면 3백「달러」의 수강료 내기가 힘든 흑인 학생과 소수파 인종의 학생들은 백인 학생에 비해서 불리하게 되어 있다는 주장이다. 【워싱턴=김영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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