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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색 돕다 생업 잊은 진도 어민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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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세월호에서 유출된 기름으로 사고해역 주변의 미역 양식장과 어장이 오염돼 피해를 본 어민들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지난 5일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에서 어민들이 기름 방제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이맘땐 불등풀가사리(해초류)를 하루에 5㎏씩 건져 한 사람이 20만원 정도 벌었는데….”

 전남 진도군 조도면 조도리 청년회장인 정순배(51)씨는 12일 이런 말과 함께 한숨을 내쉬었다. 생업을 뒤로하고 매일 세월호 희생자 수색과 세월호에서 흘러나온 기름 제거에 매달리는 현실을 두고서 하는 소리였다.

 진도와 조도 주변 해역은 5월이면 장어·우럭·꽃게부터 돌에 붙어사는 불등풀가사리 같은 해초류 수확에 바쁜 때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어민들은 세월호가 서서히 가라앉는 순간부터 구조에 매달렸다. 첫날 어선이 구한 승객이 70명에 이른다. 그로부터 거의 한 달. 크고 작은 어선 600여 척이 계속 바다를 누비고 있다. 정부가 물길을 잘 아는 어민들에게 실종자 수색과 기름 방제 작업을 부탁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기름값이나 수고비를 받는 것도 아니다.

 조도에서 남서쪽으로 10㎞ 떨어진 동거차도는 세월호에서 흘러나온 기름 피해를 입었다. 지난 겨울 적당한 수온 덕에 양식 미역 풍년이 들어 짭짤한 수익을 기대했건만, 기름이 덮쳤다. 어민 차정록(47)씨는 “침몰 사고 후 생업을 위해 고기잡이나 양식장 일을 하는 사람은 없다”면서 “미역 풍년이 들면 인건비·유류비 빼고 1억원 정도 벌이를 했는데 올해는 틀린 것 같다”고 말했다.

 기름띠가 퍼지지 않은 섬 주민들도 타격을 받았다. 동거차도에서 북동쪽으로 5㎞ 떨어진 대마도가 그렇다. 기름띠가 확산됐다는 소식에 인근 지역에서 나온 어류·해초류 등이 팔리지 않고 있다. 고기잡이도 포기했다. 대마도 어촌계장 김대열(46)씨는 “3t짜리 배가 나가면 하루에 100만원 정도를 버는 시기”라며 “하지만 밤낮으로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 는데 혼자 먹고살겠다고 어장에 나가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말했다.

 정부는 세월호 실종자 수색이 길어지면서 이렇게 생업을 놓고 어려움을 겪는 진도 어민들에게 유류비 등을 우선 지원한다고 12일 밝혔다. 구조·수색에 참여한 어선의 유류비를 비롯해 구조·수색에 따른 생계 피해와 오염으로 인한 양식장 피해를 보상한다는 내용이다.

진도=권철암 기자, 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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