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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 배우려면 뜨개질 먼저 배워야 한다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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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김재현
성균관대 컴퓨터교육과 교수

한국은 TV, 휴대전화 등 하드웨어 산업에선 세계 최고 수준이나 소프트웨어(SW) 관련 산업의 경쟁력은 매우 취약하다. 국내 SW 시장 규모는 세계 시장의 2.2%에 불과한 실정이다.

 세계 주요국들은 정보화를 21세기 세계 경제·사회의 변혁을 주도하는 국가 경쟁력의 핵심 전략으로 인식하고 있다. SW 인재 양성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는데, 그 중심을 초·중·고교의 정보교육 강화에 두고 있다. 중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초·중·고에 정보기술 교육을 의무화하며 모든 학교에서 정보기술을 필수과목으로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초등학생부터 프로그래밍을 배우게 하는 인도는 2013년 정보과학 수업 시수를 중학교는 160시간에서 180시간으로, 고등학교는 140시간에서 160시간으로 늘렸다.

 박근혜 정부도 지난해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창조경제를 견인할 창의 인재 육성 방안’을 발표하면서 SW 인재 육성과 교육 강화 방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SW 인재 양성을 위한 우리 정부의 정책은 대학(원) 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대학에서의 SW 관련 학과 증설 및 예산 지원을 통한 개발자 양산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잘못된 방향이다. 진정으로 ‘페이스 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와 같은 명품 인재를 원한다면, 단순 개발자 양산을 위한 정책보다 중등학교에서 공학적 재능과 창의적인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을 해야 한다. 저커버그를 보면 그 답을 알 수 있다. 그는 어려서부터 컴퓨터를 무척 좋아했으며, 15세부터 프로그래밍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가 다닌 고등학교에서 SW 응용 및 개발에 필요한 다양한 과목들을 개설하여 정보과학적 사고 및 창의적인 능력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주었기에 오늘날의 그가 가능했다.

 우리나라의 중등학교 교육은 수십 년간 별로 변한 게 없다. 창의성 교육 지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중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국·영·수에 집중하고 있다. 또한 올해 고등학교 1학년부터 정보과목은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등 탐구영역의 과학과목을 이수해야 들을 수 있는 심화과목에 편성된다. 또 생활·교양 교과영역의 기술·가정 일반과목 내 심화과목에 들어가게 된다. 이는 정보과목 수업을 듣기 위해서는 기술·가정을 이수해야 가능한 것으로 일반적인 상식으로 이해가 안 되는 교육과정이다. 뜨개질을 배워야 정보과목을 배울 수 있게 만든 교육과정이 체계적인지 묻고 싶다.

 현재 교육부가 미래형 융·복합 인재 양성을 위해 2015교육과정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새 교육과정에서는 최소한 일반적인 상식으로 이해할 수 있는 교육과정으로의 변화를 기대해 본다. 대한민국에서 SW 개발은 3D(Dirty, Dangerous, Difficulty)를 넘어 희망이 없다는 뜻의 Dreamless를 포함한 4D로 가고 있는 현실이다. SW 기초 교육 없이 단순 개발자만 양산할 때 SW 업계 종사자들은 더욱 열악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김재현 성균관대 컴퓨터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