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방위예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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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본 방위청은 지난 7월 새로운 방위백서를 발표한지 2개월만에 총1조8천9백75억 「엔」 의 78년도 방위예산을 책정했다.
이번 방위예산의 전년도 대비 증가율을 보면 육상 자위대가 8.1%, 항공 자위대가 8.4%임에 반해 해상 자위대는 20.2%의 큰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방위비의 총액자체는 여전히 GNP의 0.9%에 머무르고있어, 자위력의 양적 팽창보다는 질적 충실화에 주력하겠다던 당초의 구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이처럼 군사비 지출을 계속 GNP의 1% 미만으로 억제키로한 것은 『군사대국화하지 않겠다』던 종래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지난번의 방위백서도 그 점을 뒷받침하기 위해서인지 일본열도 주변의 실세를 다분히 소극적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한반도의 긴장상태가 『지역적인 성격을 띄고 있다』든가, 『소규모 분쟁은 있어도 대규모 충돌은 없을 것』이라고 한 대목들이 바로 그런 것이다.
이러한 소극성은 주로 두가지 측면에서 해명될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주한 미지상군 철수후의 극동방위를 일본이 분담하지 않겠다고 하는 대미 의사표명이다.
또 하나는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바라지 않는 다른 「아시아」국들에 대한 정치적 배려다.
이 두가지 요소는 일본의 국가이익개념과 편의주의적인 외교정책과도 연관이 되어있다. 경제대국으로서 계속 존속하되 그 정치적 대가만은 지불하지 않겠다는 이기적 계산이다.
그러나 최근의 주변정세는 일본이 언제까지나 그런 이기적「특권」을 향유하도록 내버려 둘 수만은 없게 되어있다.
우선 동 「아시아」의 방위부담을 미국 혼자만이 지던 상황엔 변화가 찾아 들고있다.
게다가 소련 해· 공군력의 극동진출이 현저하게 격화되었다.
소련 해·공군력의 극동진출로 제일먼저 위협을 받을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의 생명선인 동남아·중동으로부터의 자원수송로가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동「아시아」의 안정을 위해 무엇인가 건설적인「한 몫」을 해야할 필요성은 널리 지적되어왔다.
심지어는 중공까지도 일본을 반소통일전선의 일환으로 끌어들이려고 애쓰는 형편이다.
그러나 일본은 아직까지도 이렇다할 뚜렷한 외교선택을 하지 않고 있다.
자유「아시아」의 일원이면서도 「아시아」의 안정을 위해 기여한 바가 별로 없고,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으면서도 주변국가들과의 호혜적인 경제협력엔 너그럽지가 못했다.
일본이 국제사회의 정당한 동반자로 공존하려 한다면 그와 같은 불공정은 시정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그렇다고 일본이 또다시 군사대국화하여 미국의 대역자로 등장한다는 그것은 세계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그것은 일본의 국민이나 주변국들이 다같이 바라지 않는 바다. 「GNP 1% 미만」의 방위비는 그래서 납득할 만 하다.
그러나 그 대신 일본은 한국과 동남아 등 개발도상의 우방들을 위해 보다 많은 자금을 대외개발협력으로 돌려야 하겠다. 「아시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일본이 수행할 수 있는 최선의 「한 몫」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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