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만원 상당의 고 이상범화백 동양화 한 폭 한 독지가가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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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천만원 상당으로 홋가되는 고 청전 이상범화백의 큰 동양화 한 폭이 최근 한 시민의 호의로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됐다. 미술관은 가을에 열「유럽」전을 위해 개인소장작품을 찾다가 뜻하지 않은 이같은 큰 소득을 얻었다.
청전화백의 초년작에 속하는 이 그림은 1926년작 전원풍경으로 명제는 『초겨울』. 5회 선전에 출품, 당시엔 화선지 두 장의 2폭 가리개였으며 크기가 사방 1.9m의 대작이다.
현대미술관은 지난3일 이 그림을 받아 중앙「홀」에 전시하고 있으면서도 『기증자의 요청으로 발표를 차후로 미루었다』는 것. 즉 기증하는 진의와는 엉뚱하게 자칫 오해를 사기 쉽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이 선의의 기증자는 서울 견지동에서 동산방화랑을 경영하고 있는 박주환씨. 『명색이 우리나라의 하나밖에 없는 국립미술관인데 현대미술의 대표적 작가인 청전의 그림이 한 점도 없다는 것이 안타까워 내놓게 됐다』고 말한다. 오래 전 그림 값이 쌀 때 입수했던 것이어서 실제 그리 부담을 느끼지는 않았다고 실토한다.
현대미술관의 실정은 금년도 작품구입예산이 총1천만원. 한창 오름세에 있는 청전의 유작이기 때문에 대표적인 대작은 한 점도 구입하기 어려운 예산이다. 현재 화랑가의 시세는 청전이 최고 정상에 올라 있으며 전지의 수작품이면 7백∼8백만원. l장반 이상의 크기면 1천만원을 웃돌고 있다. 『초겨울』은 청전의 매우 희귀한 초기 대작이다. 그의 작품은 40년대 이후 고적하고 아늑한 산수로 굳혀졌는데 『초겨울』은 화단에 「데뷔」하던 모색기의 작품.
울멍울멍한 산을 배경으로 가을걷이가 끝난 논밭과 잎이 진 나무 사이에 외딴 초가가 한 채 웅크리고 있는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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