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조에 살인 청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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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전 호남전기회장 진봉자씨(47)의 정부 김기문씨(47) 피습사건을 수사중인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9일 하수인 이창내씨(27·서울 성북구 보문동2가27)의 단독범행이 아닌 익사한 심홍근씨의「보디·가드」최동환씨(37·주거부정)와 운전사 박정록씨(32·주거부정) 김명철군(20·K대국문학과1년·서울 서대문구 홍은2동11의49)등 4명의 살인청부 일당에 의한 범행임을 밝혀내고 최·김씨 등을 지명 수배하는 한편 이 사건의 최종배후 조종인물이 심씨인 것으로 심증을 굳혔다.
경찰은 또 지난달 13일 범행 13일만에 자수한 이씨가 사건 전모를 은폐하기 위해 위장 자수한 것임을 밝혀냈다.
경찰은 박씨가 지난 5월25일과 27일 두 차례에 걸쳐 이씨에게『김기문을 해치워 달라』는 조건으로 35만원을 준 사실과 심씨가 지난 4월「보디·가드」최씨에게「나이트·클럽」인수자금조로 2천만원을 준 사실도 밝혀내고 이외에도 최종 배후 인물로 추정되는 심씨가 최·박씨 등에게 거액의 살인청부 자금을 주었을 것으로 보고 수사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심씨의 운전사 박씨는 고향후배인 이씨에게 범행을 하수했고 이씨는 다시 고향 후배인 김씨를 포섭했다는 것.
박씨와 최씨는 범행 당일인 지난 6월3일 하오6시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양「아파트」G동 부근의 범행장소를 확인한 후 돌아갔으며 이날 하오 9시30분쯤 이씨는 김씨가 망을 보는 가운데 준비해간 길이 30cm의 식칼로 김씨의 등과 가슴 등을 찌르고 달아났다.
심씨의 배후조종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 청부살인 일당은 1차로「케이크」를 사들고 친지를 가장해 김씨 집을 방문, 김씨를 살해한 후 강도살인으로 위장하려 했으나 실패, 2차로「아파트」앞에서 귀가하는 김씨를 기다려 살해한다는 계획을 실행에 옮겼던 것.
이같은 사실은 자수한 이씨의 자백내용이 엇갈리고 배후에 흑막이 있는 것으로 추정, 경찰의 계속 심문 끝에 밝혀진 것.
이들은 사건발생 후 경찰 수사망이 좁혀지자 이씨의 애당초 위장 자백대로 각본을 짠 뒤 김씨를 칼로 찌른 하수인 이씨에게 『뒤를 책임지겠다』며 자수를 권유, 지난달 13일 서울 영등포 경찰서에 위장 자수시켰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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