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기능자 육성의 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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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제23회 「국제기능올림픽」에서 우리 나라에 종합우승의 영광을 가져오게 한 청소년 기능공들의 오늘을 있게 한 교육의 현장이 연일 본지에 소개되었다.
이번 우승은 미국이나 일본 서독 등 쟁쟁한 세계의 선진공업국가에서 출전한 3백여 명의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불과 28명의 우리 선수단이 대회를 휩쓸다시피 함으로써 공업 한국의 앞날에 희망을 비춰주고 우리의 국위를 선양한 것이기에 더욱 감명 깊고 값진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값진 성과가 결코 우연히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 유례없이 훌륭한 시설, 당사자들의 피땀어린 노력과 정진, 그리고 이들을 지도해 온 교사들의 합심된 의지와 각고의 결정임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그 중에도 특히 이번 대회에서 한꺼번에 6명의 입상자룰 낸 부산기계공업학교의 실례는 바로 이 같은 영광을 나은 현장의 생생한 표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학교는 우선 전국 최대규모의 실습공장을 갖춘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 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거기에 우수한 교사들이 밤 10시까지 실습장에서 학생들과 합께 땀흘리며 혼연일체가 되어 꾸준한. 지도를 했고, 대부분이 농촌에서 태어나 가난하게 자랐던 이들 학생들도 기술의 연마를 통해 못다한 배움의 꿈을 실현시켜 보겠다는 강인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이 학교의 황규보 군 (D·사출, 판금부문) 은 실습도중 다친 다리에 수술을 받고도 수술부위가 채 아물기도 전에 불편한 몸을 이끌고 출전, 은「메달」 을 차지했다니 세계를 제패한 영광이 있기까지에는 얼마나 많은 고난과 역경이 있었던가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러나 이 기회에 우리는 이들 청소년 기능공들의 값진 노력에 비해 우리 사회가 그들의 사기와 동기계발을 북돋우는데 너무도 소홀하지 않았는지 깊이 반성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모든 공정의「오토메이션」화로 특징 지워지는 현대산업사회에서 과거의 숙련 기능공의 역할은 기구와 기계로 대체되고 있는 추세를 부인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에서 자동화가 어려운 부분은 여전히 남아 있고, 이를 위해 선진공업국에서도 기능공 양성의 문제가 절감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하물며 선진공업국에 비해 노동력이 비교적 풍부한 대신 자본이 달리는 우리 나라의 산업구조면에서나, 또는 전자·조선 등 노동집약적 공산품의 수출에 주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우수한 기능공은 바로 모자라는 자본을 「커버」할 수 있는 귀중한 자원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렇게 볼 때 우수한 기술인력의 양성·확보야말로 가장 시급한 국가적 과제가 아니겠는가.
앞으로 4차 경제개발계획을 추진하기 위한 기술인력수급 전망을 살펴볼 때 기능자의 경우, 상급 기능자는 28만명이 필요하지만 현재의 공급능력으로는 2만1천명이 모자라 보통 기능자도 필요공급량 28만 명보다 11만4천여 명이 부족한 실정이다.
기술인력의 부족현상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우선 기능자에 대한 대우 향상이 있어야겠다.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의 78.8%가 면세점인 4만5천원 미만이며 윌 2만원 미만의 근로자가 4만 명이나 있다는 노동청의 보고를 제쳐놓고라도 이번 기능 「올림픽」 에서 3위를 차지한 일본 제조업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이 25만4천3백원인데 비해 우리의 그것은 겨우 8만7천4백원밖에 안되는 사실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우수한 기능공들이 제대로 처우를 받지 못해 소임을 다하지 못한다거나 다른 분야에로의 전환에 집착한다면 우리나라 공업발전의 전도는 암담하다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정책당국자는 17일 환국하게 될 이들 영광의 입상자들을 말로만 환영할 것이 아니라 좀 더 구체적으로 기능인에 대한 경제적· 사회적 지위향상을 보강하는 제도의 확립으로써 보답하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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