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백 봉사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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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청백봉사상은 새시대의 바람직한 공무원상을 확립하려는 본사의 「캠페인」의 한 실전적 표현이다.
청백봉사란 표현이 함축하듯이 새시대가 이상으로 하는 공무원은 깨끗할 뿐 아니라 국민에게 봉사하는 자세를 갖춘 민주공무원이다. 이러한 공무원을 우리는 공복(Civil Servant)이라고 부른다. 국민의 심부름꾼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솔직이 말해 공복이란 말처럼 공허하고 실제와 동떨어져 보이는 말도 드물다. 불행히도 국민의 편익보다는 관료의 편의가 우선하고 국민에 대한 봉사보다는 군림이 더 흔히 눈에 띄기 때문이다. 바로 전근대적인 봉건관료체제와 식민지 관료체제의 잔재다.
지난 30여년 간 우리나라의 행정제도와 기술은 괄목하게 발전했으나 불행히도 관료의식구조의 민주화는 이에 비례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얼마 전까지 그렇게 사회문제가 되었던 공무원의 부패와 부조리가 그 증거가 아니겠는가.
서정쇄신은 그러한 공무원의 의식구조를 개혁해 행정풍토를 쇄신하고·건전한 사회기풍을 조성하자는 운동이었다. 그러려면 도려내는 것과 북돋우는 것이 병행되어야만 한다. 지난 2년간 도려내야 할 것을 도려내는 노력은 상당히 기울였다고 할 수 있다.
그에 비해 바람직한 행동을 몸소 시범한 공무원들을 북돋워주는 노력이 너무 부족했다는 게 세론 이다. 말하자면 국민에게 봉사하는 깨끗한 자세가 결국 사회적 평가를 받고, 공무원 개인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통념의 보편화에 소홀했다는 얘기다.
청백봉사상을 제정한 본뜻은 바로 이 바람직한 것을 복돋우는 사회적 노력에 적극 참여하려는데 있다.
청백봉사상이 복돋우려 하는 바람직한 공무원상은 우선 청백리다. 청백리라고 하려면 스스로 부조리에 물들지 않은 것만으로는 충분치 못하다. 부조리가 팽배했던 풍토에서 그에 물들지 않은 것은 물론 귀중한 일이지만, 그 정도로는 특별히 모범적이라고 내세울만한 것은 못된다. 청백리라면 자신뿐 아니라 그 주변의 부조리까지도 정화하는 소금과 같은 역할이 요구된다.
청백봉사상이 지향하는 또 하나의 지표는 적극적으로 국민을 위해 친절·공정·신속하게 봉사하는 공무원이다. 국민을 위한 봉사의 요구야말로 민주주의 공무원제도의 특성이다. 전근대적인 봉건제도하에서는 관료의 봉사대상은 그에게 녹봉을 주는 임금이나 영주였다. 백성은 봉사되야 할 주인이 아니라 다스리는 대상이었을 뿐이다. 이 같은 전근대적인 사고의 잔재를 극복하고 국민에게 봉사하는 자세를 가다듬는 것은 우리의 행정이 당면하고 있는 중대 과제다.
이 청백봉사라는 실현의 길에 묵묵히 남보다 앞서가는 사표적 공무원들이 없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모범적 공복들을 널리 발굴하여 그들의 각고면려를 치하하고 그를 통해 이 나라의 바람직한 공무원풍토 함양에 기여하고자 한다.
지방공무간으로 그 대상을 한정한 것은 국민과의 직접 접촉이 가장 많으면서도 공무원사회에서 흔히 그늘속에 가려지는 것이 그들이기 때문이다.
본사는 청백봉사상의 대상을 선정함에 있어 관계당국과 본사의 지방 망 뿐 아니라 널리 국민들의 추천을 받아 「공무원이 보는 모범 공무원」보다는 「국민이 보는 모범공무원」을 발굴하고자 한다.
바람직한 공무원상을 확립하고자 하는 이 사업에 국민 여러분의 폭넓은 참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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