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동경-북경연결|소련 견제망 구축 타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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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워싱턴=김영희 특파원】지상군 철수 결정 외에 「카터」행정부는 한국정책의 방향을 아직 뚜렷이 제시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카터」의 한국정책을 가지고 남북한 대화재개의 전망을 평가하기는 쉽지가 않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 「카터」의 살군은 한반도 긴장완화와 현상고정을 위한 외교적인 노력과 병행될 것이라는 조짐이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 특히 「싱글러브」 사건이래 철군정책이 광범위한 비만의 대상이 되고있기 때문에 한반도의 긴장완화 분위기야말로 「카터」에게는 국내 정치적으로도 가장 바람직한 반격의 무기가 된다.
그런 정치사정을 반영하여 「밴스」국무장관은 지난주 「아시아」학회 연설에서 한국문제에 관한 4자회담, 6자회담을 촉구하고 남북한의 「유엔」동시가입과 대화재개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것은 「닉슨」과 「포드」행정부정책의 계송이지만 「카터」행정부는 지상군 철수라는 최고의 미끼를 김일성에게도 동시에 제공하고 있는 점이 크게 다르다.
「카터」의 대통령 당선 후에 북괴가 「카터」에 「메시지」를 보내고 백악관이 거기 회답을 보낸 후 아직은 후속조치가 없다. 그러나 막연이 나마 김일성과 「카터」가 서로의 의중을 짐작하는 개기가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흘부르크」국무성 동「아시아」담당차관보는 「밴스」장관 연설에 하루 앞서 미국이 북괴·「베트남」 및 중공의 팽창정책에 무력으로 대항하기만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말을 불쑥 던졌다.
「카터」행정부의 동「아시아」 정책의 테두리나 대소정책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카터」의대임이 끝나기 전에 「워싱턴」과 평양 사이에 어떤 형태의 관계가 성립된다고 보는 것이 사실에 가까울 것 같다.
지금 미소관계는 「카터」취임이래 내리막길만 달린다. 표면적으로는 「카터」의 인권정책이 원인 같지만 실상은 「워싱턴」 동경-북경의 3국구축 형성을 노리는 「카터」행정부의 장기정책의 소산이라고 하겠다.
「카터」행정부는 소련에 대항하는 「워싱턴」 동경-북경의 삼각 추측 비슷한 것의 울타리 안으로 중공은 북괴를 끌고 들어오고 미국은 한국을 끌어들인다고 판단하는 인상이다.
이런 판단은 두말할 것 없이 평양-북경유대가 평양-「모스크바」유대보다 훨씬 밀접하다는 사정에 바탕을 두고있다.
미국의 생각으로는 2년 전 김일성의 소련 방문계획이 소련의 반대로 좌절된 이후 지금까지도 평양과 「모스크바」관계는 정상적인 궤도에 올라서지 않고 있다고 보고있다.
작년 8월의 판문점사건 이후 북괴에서는 미국을 그전같이 혹독하게 규탄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김일성 자신은 「르·몽드」지의 「앙드레·퐁텐」과의 회견에서「카터」의 철군기간이 너무 길다고 불평하는데 그쳤다.
「워싱턴」의 관심은 김일성이「카터」의 철군을 건설적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그것을 악용할 것인가에 쏠려 있지만 「카터」행정부는 전자일 것이라고 낙관한다.
미국 소식통들은 7·4 공동성명 발표당시를 상기시키면서 일단 미·일·중공간에 「데탕트」 분위기가 찾아들기 시작하면 교착상태의 타개는 상상을 초월한 속도가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카터」 행정부는 미·중공관계의 정상화야말로 한반도 긴장완화와 남북대화 재개를 위한 「개념상의 타결」이라고 간주한다. 그런 원칙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고 나면 남북한을 한자리에 앉히는 일은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카터」행정부는 판단한다.
오는 8월 「밴스」 국무장관의 북경방문이 주목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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