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금리·배당 압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기업에 대한 금리·배당 부담의 압력은 기업경영에 큰 부담이 될 뿐 아니라 경제의 안정기조에 대한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닭과 달걀 중 어느 것이 먼저냐를 따질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높은 물가와 높은 금리배당이 악순환 적으로 맞물고 돌아가고 있다.
물가가 높으니 금리·배당이 높을 수밖에 없고, 또 금리·배당 부담이 높으니 값을 높여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악순환 아래선 산업의 국제 경쟁력 강화나 물가의 국제수준 화는 기대하기가 힘든 형편이다.
「8·3조치」에 의해 한번 단절이 시도됐던「인플레」의 악순환이 금년 들어 가속되고 있는 추세다. 부가세 실시 후 더욱 우려된다. 강력한 행정 규제와 수입 증가 등에 의해 물가상승을 막는다고 하지만 원가상승 요인이 근원적으로 남아 있는 한 그 실효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원가상승 요인이 잔뜩 있는데도 물가를 억지로 누르려 하면 언젠가 한번은 터지고 말 것이다. 「8·3조치」이후 불가능한 3% 물가안정 선을 지킨다고 하여 가격동결을 강행했다가 74년 하반기에 연쇄적인 물가폭발을 겪었던 경험이 아직도 생생하다.
물가를 안정시키고,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려면 먼저 그러한 여건정비부터 선행돼야 한다.
한국의 기업체질은「인플레」에 경사 되게 굳어져 있다. 또 그것을 바라게끔 되어 있다. 「인플레」가 있어야 기업의 존속이 가능한 풍토인 것이다.
우선 재무구조가 취약한데다가 금리수준도 높아 금리부담이 과중하다. 금융비용 비율이 「8·3조치」로 다소 떨어졌다가 그후 꾸준히 상승, 요즘엔 5%선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의 총자본이익률은 오히려 떨어지는 추세다.
한국기업의 외부금융 의존도는 76년에 77.4%에 달했는데 앞으로 중화학 공업 등의 본격적인 추진과 더불어 더욱 심화할 예상이다. 그런데도 장기설비자금의 안정적 공급「채널」은 결여되어 있다.
따라서 한국기업의 금리부담 비중도 앞으로 늘었으면 늘었지 줄 전망은 별로 없다고 보아야겠다. 금리부담의 비중을 줄이려면 기업이익의 사내유보나 직접 금융의 확대·감가상각·자산 재평가의 증액 등 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뿐 아니라 계속된 「인플레」추세에선 타인 자본을 늘리는 것이 오히려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높은 배당 수준도 기업의 큰 부담으로 나타나고 있다. 상장사의 평균 배당률을 보면 정기예금 금리보다 훨씬 높은 23%선에 이르고 있다. 일본과 미국은 11%선이다. 주식 값이 액면가의 2∼3배나 높은 것이 많기 때문에 23%의 배당률도 투자자의 입장에서 보면 크게 높은 것은 아니지만 배당을 해야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제조업의 배당 성향을 보면 최근엔 45%선이 이르고 있다. 기업이익 중 약 절반을 배당으로 사외유출 시키곤 기업의 재무구조 기선이나 체질강화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기업의 높은 금리·배당 부담은 결국 원가상승 요인이 되어 가격인상을 자극할 것이다. 전반적인 기업체질이 차 금 경영이면 경제정책고 안정보다 팽창으로 경사 되기 쉽다.
사실 정책기조 자체가 과감하게 차입을 늘린 기업에 유리하게 되어있다. 또 자유경쟁에 의해 체질이 강한 기업만 살아 남도록 하는 용기 있는 정책도 못쓰고 있다.
이런 풍토에선 기업의 체질개선은 기대할 수 없으며 높은 수준의 물가와 배당·금리가 끝없이 악순환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악순환이 단절돼야 안정기조의 정착화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