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북괴기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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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19세기 독일이 수많은 국가로 나눠져 있을 때 각국에 고유한 빛깔이 있었다. 「프러시아」는 흑과 백, 「한자」동맹소속은 적과 백이었다. 이것이 국기의 빛깔이 됐다.
「프러시아」가 독일을 통일하면서 독일국기는 흑·백·적색으로 이루어졌고. 나중에 흑·적·황색으로 바뀌었다.
「바이마르」 공화국·「히틀러」의 제3제국이 모두 이 국기를 사용했다. 2차대전후 독일이 서독과 동독으로 분단됐을 때도 국기의 빛깔에는 변함이 없었다. 다만 동독은 중앙부에 보리이삭의 고리와 「컴퍼스」, 공산주의의 상징처럼 돼버린 망치를 그려 넣었다.
동·서독은 56년 「이탈리아」의 「코르티나·단페소」에서 열린 제 7회 동계「올림픽」에서부터 64년 동경「올림픽」때까지 통일독일「팀」이란 단일「팀」을 출전시켰다. 국기는 전통적인 흑· 적·황의 빚깔을 바탕으로 하고 「올림픽·마크」를 그려 넣었다.
문제는 국가였다. 서독은 종래에 사용하던 <Deutschland, Deutschland ber alles>의 곡명을 바꿔 「통일·권리·자유」라는 국가를 사용하고 있었다. 「하이든」이 작곡한「국왕찬가」의 곡조를 사용한 이 국가중 「히틀러」의 냄새가 풍기는 1, 2절을 버리고 제3절의 가사만 취했다. 동독은 「아이슬러」가 작곡한 『폐허에서 일어나 미래로 향하자』는 다분히 전투적인 국가를 새로 제정해서 불렀다. 결국「올림픽」의 관중들은 통일된 독일국가 대신 「베트벤」의 제9 합창교향곡을 들었다.
공산주의국가들은 그들의 이념을 빛깔과 상징물로 국기속에 표현한다. 적색은 투쟁 또는 혁명을 뜻한다. 소련국기의 망치와 낫은 노동자·농민의 단결을 의미한다. 중공은 손문이 제정한 「청천백일만지홍기」대신 「5성홍기」라는 것을 쓴다.
큰 별은 공산주의고, 작은 별4개는 노동자·지식인·농민·민족자본가를 뜻한다는 것이다.
오는 9월 서울에서 열리는 제1회 「아시아」여자·청소년사격대회에 중공과 북괴도 초청되었다고 한다. 또 『북한선수가 입상하면 북한의 「국가」·「국기」의 사용도 인정하겠다』는 것이 국제사격연맹의 말이다. 충격적인「뉴스」다.
물론 이것은 이산가족의 재회·문화교류를 주장한 7·4공동성명정신의 연장이고. 우리정부의 진지한 남북대화노력의 일환일 것이다. 북괴는 서울에서 열린 74년의 「아시아」유도선수권대회·75년의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에 초청장을 받았으나 참가하지 않았었다. 정치선전을 앞세우는 그들이 참가할 리 없다. 아마 이번 사격대회에도 출전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소위 북괴기가 서울의 상공에 게양되고 그들의 소위 「국가」가 연주된다는 것은 한국민으로서는 참을 수 없을 것 같은 심정이다. 씻을 수 없는 6·25의 악몽, 끊임없이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는 그네들의 야욕이 거기에 서려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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