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우리 나라 여성에 많은 화장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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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구미여성들과 비교해서 우리 나라 여성들에게 특히 많은 피부질환이 있다. 화장독이 바로 그것. 의학적인 병명이라고 말할 수는 없으나 화장독은 우리 나라 여성들에게 너무 흔하다.
이성락 교수(연대의대 피부과장)는 구미 여성들에 비해 우리 나라 여성들에게 유난히 화장독이 많은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첫째는 우리 여성들이 자기 피부의 「타이프」에 대해 너무 모르고있다. 그리고 관심도 적다. 그러니까 자기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화장품이 피부 「타이프」에 맞는지 어떤지를 거의 모를 수밖에 없다.
자기피부의 「타이프」가 지루성이면 이에 알맞은 화장품, 예컨대 기름기가 적은 반면 물기가 많은 화장품을 써야하는데 화장품을 무분별하게 쓰기 때문에 화장독이 많다는 것이다.
둘째는 화장품의 성분을 따지지 않고 무턱대고 알려진 상표나 비싼 최고품을 사용하는 심리 탓이다.
「나는 외제 최고품 화장품을 사용하는데 왜 화장독이 생기지요?』라고 의사에게 따지듯 항의하는 여성들이 많다는 이 교수의 말이다. 고가의 최고급 화장품이라고 해서 누구에게나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세째는 국산 화장품에 사용되는 원료의 순도다. 순도가 낮은 저질 화장품은 그만큼 화장독을 유발할 것이다.
화장독은 대개 28∼40세 부인들에게 흔하다. 특히 화장을 짙게 하는 여성들에게 많다.
너무 진하게 화장을 하면 피부의 호흡과 신진대사가 장애를 입기 때문이라고 이 교수는 설명한다.
또 하나 빠뜨릴 수 없는 화장독의 원인이 있다.
「시날라」「캄비손」「세레스톤」같은「스테로이드」연고를 많은 여성들이 기초 화장품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우리 나라 여성들에게 화장독이 유난히 많은 것으로 피부과 의사들은 진단한다.
「스테로이드」연고를 마치 화장품처럼 상습적으로 얼굴에 바르면 피부가 유약해지고 위축돼서 쉽게 화장독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이 교수는 설명한다.
지금 의료계에서는 스테로이드 연고를 여성들의 기초화장품처럼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제약회사들을 비난하는 소리가 높다. 그 부작용이 너무 심각하기 때문이다. 어떻든 화장독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의 피부 「타이프」를 먼저 알고 이에 알맞은 화장품을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이 교수는 강조한다.
화장독의 치료는 그다지 어렵지 않다. 우선 원인이 되는 화장품을 쓰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자주 얼굴을 씻도록 한다(하루4∼5회).
비누는 산성이나 중성비누를 사용토록. 시판되는 비누는 거의 가 「알칼리」성이다. 따라서 세수할 때 차라리 비누는 아예 쓰지 않는 것이 좋다. 화장독이 심할 때는 먼저 대중적인 치료를 받아야 함은 물론이다. [김영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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